이재명, 이낙연 '경선 승복'에 "깊이 감사"..이낙연 지지자들 소송 움직임엔 '난감'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3일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패배 승복 선언에 대해 “대의를 위해 결단 내려주신 이낙연 후보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 전 대표 측의 대선 경선 중도사퇴 후보자 무효표 처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는 “예상했던 결론”이라며 차분한 입장을 보였다.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껴안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중심이 될 경기도 국정감사를 잘 치러내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이 전 대표의 승복 선언이 나오고 40여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금 떨어져 서로 경쟁하던 관계에서 이제 손을 꽉 맞잡고 함께 산에 오르는 동지가 됐다”며 “이낙연 후보님과 함께 길을 찾고 능선을 넘어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오신 우리 당의 자랑”이라며 “우리 모두는 국민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 이낙연 후보님을 기억한다. 그렇게 국민들께 높은 지지를 받은 총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많으신 줄 안다.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동지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선을 치르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것들은 다 털어 버리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을 위해 다 같이 주인공이 되어 뛰자”고 강조했다.
이 후보 측은 당무위 결정을 환영했다. 이 후보 측 A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당무위가 당헌·당규에 따라 예상했던 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후보 경선 캠프 대변인이었던 현근택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무위가 합리적 결정을 했다”고 적었다.
지난 10일 이 후보가 선출되고 사흘 만에 이 전 대표의 ‘경선 불복’ 논란이 당무위 결정으로 신속히 해소된 데에 안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후보 측 B의원은 통화에서 “상처가 아물고 원팀이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선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 후보에 힘을 실으며 사안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당 대표와 대선 후보의 관계가 원만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 후보 측에서 나온다.
다만 일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당무위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 B의원은 “이 전 대표 측 의원들과는 큰 무리 없이 함께 갈 것으로 보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 마음을 진심으로 받드는 것”이라며 “시간이 필요하며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현 대변인은 SNS에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해 사법부 판단을 받는 것은 민주정당이 지양해야 할 일”이라며 지지자들을 자제시키는 데 이 전 대표 측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 문제제기가 ‘이재명 대세론’을 뒤흔든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이 후보 28.30% 대 이 전 대표 62.37%)로 촉발된 만큼 경각심을 갖고 전열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 후보 캠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던 정성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투표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이 후보의 부족한 점이 뭐가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선 불복 후폭풍에서 벗어난 이 후보에게는 당장 오는 18·20일 예정된 경기도 대상 국감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당 지도부의 지사직 조기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국감에서 대장동 의혹을 정면 돌파하는 길을 선택했다. A의원은 “대장동 의혹이 이 후보의 불안요인이라는 주장은 일종의 프레임”이라며 “국감에서 있는 그대로 상황을 설명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B의원은 “대장동 문제는 국민의힘 사람들과 특수부 출신 검사들의 법조비리라는 측면이 커보인다”며 “수사를 통해 대장동 게이트 진실이 드러나면 소명될 것”이라고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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