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 칼럼] 제조업 엑소더스 부추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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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은 환경오염의 주범 또는 부가가치가 낮은 굴뚝산업 취급을 받는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는 제조업 경쟁력 순위를 독일, 중국, 한국 순으로 매겼다.
산업계는 "제조업 강국에 걸맞은 대우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정부는 2년 전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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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은 환경오염의 주범 또는 부가가치가 낮은 굴뚝산업 취급을 받는다. 다소 옅어졌지만 그런 식의 평판은 여전하다. 한국 제조업으로선 억울하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는 제조업 경쟁력 순위를 독일, 중국, 한국 순으로 매겼다. 귀한 대접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천대받을 수준은 아니다.
최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기업과 사전조율 없이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을 전격 상향 조정했다. 기존엔 2018년 대비 26.3% 감축이었다. 이를 40%로 높였다. 산업계는 "제조업 강국에 걸맞은 대우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를 두고 "목표달성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은 공개 않고, 목표안만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제조업 위상을 감안할 때 현장에선 분노할 만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은 28.4%(2019년 기준)에 이른다. 미국 11%, 유럽연합(EU) 16.4%보다 높다. 제조업이 선방한 덕에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버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도 인정한다.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됐던 지난해 1·4분기 당시 기획재정부 김용범 차관은 "구박을 받아가며 어떻게든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사업을 영위해 온 수십만 제조회사와 종사자들이 우리들의 숨은 영웅"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산업구조를 무시하는 '그들만의 정책'은 속속 이어진다. 제조업은 코너로 몰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감산이나 생산시설 해외이전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쟁력이 약화되면 기업은 해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내 감산과 일자리 축소는 그 결과물이다.
제조업 이탈은 최근 일도 아니다. 누적된 흐름이다. 지난 한 해 국내 제조업종별 해외직접투자액은 수조원에 달했다. 반면 외국기업들의 한국 투자는 수백억원에 그쳤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2조6000억원을 해외에 투자했다. 외국기업의 국내 반도체 투자액은 400억원에 불과했다.
매년 4만9000여개의 일자리가 한국에서 사라진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있지만 들어오는 기업보다 나가는 기업이 월등히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2020년 국내 복귀기업 수는 52곳이다. 반면 2014~2020년 해외신규법인 설립건수는 2만2000건을 넘는다.
제조업의 탈한국 가속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제조기업을 탐내는 곳도 많다. 한물간 TV생산라인의 아세안 이전은 2~3년 전에 이미 끝났다. 올 들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 핵심산업들이 대거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올 해외직접투자는 사상 최대치로 추산된다.
정부는 2년 전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내놨다. 2030년 제조업 4강에 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전만 근사했다. 명확한 실천계획은 없는, 말 그대로 비전에 불과했다. 이 정도론 미국 등의 제조업 활성화 공세에 맞설 수 없다. 어디 미국뿐인가. 중국과 독일도 각각 '중국제조 2025'와 '인더스트리 4.0'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불시에 높였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기업인이 기업 할 의욕이 나겠는가. 기업환경 개선이 지지부진하면 르네상스는 고사하고 제조업의 한국이탈 속도만 높아질 것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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