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전기차 과속 경고음

구본영 2021. 10. 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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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탄소중립 드라이브를 걸자 자동차 업계 노사 양측에서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부품업계 와해와 대규모 실직을 우려한 국내 자동차 업계 노사가 이례적으로 손잡고 전기차 보급 속도조절을 요구한 배경이다.

그러나 혹시 정부가 NDC를 상향하면서 철강·자동차 부문에 과도한 탄소 감축목표를 떠안기고 있다면 문제다.

그렇다면 정부와 자동차 업계 노사가 탄소중립과 전기차 전환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며 각기 따로 내달려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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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자동차 업계 노사 양측이 부품업계 와해가 우려된다며 정부에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탄소중립 드라이브를 걸자 자동차 업계 노사 양측에서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최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대폭 상향했다. 이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12일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과 함께 반대 의사를 탄중위에 전달했다.

겉보기엔 자동차 업계가 정부의 과속 탈탄소 행보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다만 내용적으론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주문에 방점이 찍혀 있다. 탄중위는 2030 NDC를 당초 목표치보다 13.7%p 상향하면서 이에 따른 전기·수소차 보급목표를 450만대로 제시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은 2030년까지 국내 생산 가능한 친환경차가 300만대가량이라 나머지는 수입해야 한다며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거침없이 질주할 것 같던 국산 전기차가 과속방지턱을 만난 격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이 최소한 35% 이상 덜 쓰인다는 게 함정이다. 전기차 전환이 그만큼 일자리를 없앤다는 뜻이다. 연초 일본 혼다자동차도 2040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한다면서 직원 2000명을 줄였다. 부품업계 와해와 대규모 실직을 우려한 국내 자동차 업계 노사가 이례적으로 손잡고 전기차 보급 속도조절을 요구한 배경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내연기관차의 퇴출시한을 2035년으로 정한 바 있다.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탈탄소와 친환경차 보급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혹시 정부가 NDC를 상향하면서 철강·자동차 부문에 과도한 탄소 감축목표를 떠안기고 있다면 문제다. 탈원전을 고집하느라 정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 부문에서는 감축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자동차 업계 노사가 탄소중립과 전기차 전환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며 각기 따로 내달려선 곤란하다. 지금은 합리적 중간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본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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