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이 뱉은 제트가 가던 길 멈춘 이유 밝혔다

서동준 기자 2021. 10.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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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구축한 우주전파관측망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빛을 발하는 활동성은하핵의 활동 장면을 포착했다.

김기태 천문연 전파천문본부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인 KaVA의 세계적인 성능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번 관측 결과를 토대로 중국, 이탈리아 전파망원경까지 추가로 결합해 더욱 향상된 해상도의 초대형 동시 관측망을 활용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활동성은하핵의 진화 과정을 지속해서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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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공동 우주전파관측망의 세계적 성능 입증
와지마 키요아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팀은 활동 은하의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에서 분출된 제트가 뻗어나가는 과정을 관측했다. 제트 끝 부분의 가장 밝게 빛나는 영역인 열점(b)은 블랙홀에서 점점 멀어지다가 고밀도 가스 영역에 가로막혀 1년 간 이동을 멈췄다. 그 뒤 고밀도 가스 영역을 뚫고 나가며 열점은 사라지고 제트가 형성한 전체 빛 영역의 모습도 일그러졌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과 일본이 구축한 우주전파관측망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빛을 발하는 활동성은하핵의 활동 장면을 포착했다. 활동성은하핵 주변의 빛나는 영역이 만들어지고 뻗어나가는 과정을 정밀하게 관측한 것이다.

와지마 키요아키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과 일본 코가쿠인대,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에 설치된 7개 전파망원경으로 이뤄진 우주전파관측망(KaVA)을 통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활동 은하 3C 84를 관측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한일공동 우주전파관측망은 서울, 울산, 제주에 설치된 전파망원경과 일본 미즈사와, 이리키, 이시가키지마, 오가사와라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관측망이다. 지름이 2300km에 이르는 전파망원경 하나로 관측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전역의 천문학자들이 이 관측망을 활용하고 있다.

와지마 책임연구원팀은 이 관측망을 통해 지구에서 약 2억 3000만 광년 떨어진 활동 은하인 3C 84를 5년간 장기관측했다. 활동 은하는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활발히 물질을 유입해 다양한 파장에서 대량의 에너지, 즉 밝은 빛을 방출하는 은하다.

연구팀은 활동 은하에서도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트에 주목했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양방향으로 제트라 불리는 가스를 분출하는데, 이 제트가 블랙홀 주변의 가스와 부딪치며 강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트의 끝부분이 가장 밝게 빛나는데 이 영역을 열점이라 부른다.

연구팀이 관측한 결과, 3C 84의 초대질량 블랙홀에서 2005년 제트가 분출되기 시작했으며 점점 뻗어 나가면서 그 끝을 알 수 있는 열점의 위치도 블랙홀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그러던 열점의 위치가 2016년 7월부터 2017년 말까지 좁은 영역을 맴돌며 정체돼있는 현상이 포착했다. 연구팀은 제트가 뻗어 나가던 도중에 매우 높은 밀도의 가스를 만나 더 뻗어 나가지 못하고 멈춘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 설명했다. 와지마 책임연구원은 “활동성은하핵의 강력한 제트를 막을 수 있을 만큼 밀도가 높은 가스가 블랙홀에 매우 가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1년간 맴돌던 열점은 2018년부터 다시 원래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강력한 제트가 비로소 고밀도 가스 영역을 뚫어낸 것이다. 그러나 열점이 사라지고, 그 외 제트가 발하던 빛의 영역 역시 모양이 일그러졌다. 와지마 책임연구원은 “이 천체의 기이한 성장 과정을 자세히 관측함으로써 활동성은하핵과 제트의 신비로운 형성과정을 풀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태 천문연 전파천문본부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인 KaVA의 세계적인 성능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번 관측 결과를 토대로 중국, 이탈리아 전파망원경까지 추가로 결합해 더욱 향상된 해상도의 초대형 동시 관측망을 활용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활동성은하핵의 진화 과정을 지속해서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 10월 12일자에 게재됐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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