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쓰고 '막춤'.. 원조 만찢남 정보석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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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속 마을에 동네 궂은일을 도맡는 '홍반장'이 있다면, 성북구엔 '정반장'이 있다.
정보석은 "나도 경험을 해봤기에 흔들리는 아이들을 보면 적어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다"며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고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야구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석은 "외줄 타듯 버텨왔고 그 위기의 순간에 늘 주변에서 힘을 줬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함께 사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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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문화복지재단 이끌며 청소년도 후원
"마음도 보석" 문재인 대통령의 덕담
45년 차 배우의 더불어 사는 삶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속 마을에 동네 궂은일을 도맡는 '홍반장'이 있다면, 성북구엔 '정반장'이 있다. 그는 갈 곳 마땅치 않은 노인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코로나19로 삶을 송두리째 뺏긴 지역 의료진을 직접 챙긴다. 무관심과 위태로운 일상으로 삶이 흔들리는 '성북동 비둘기'를 돌보는 집사는 배우 정보석(60)이다.
지난달 서울 삼선동 삼선실버복지센터 2층, 정보석은 민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멜로디에 맞춰 '막춤'을 췄다. 1980년대 학생들이 교복과 함께 쓰던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익살도 떨었다. 삼선실버복지센터의 온라인 콘텐츠 '삼선다방'에 출연해 찍은 추석 인사 동영상에서였다.
반듯한 외모와 지적인 모습으로 1980년대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으로 불렸던 미중년의 '깨방정'이라니. "쑥스럽긴 하지만, 어르신들이 즐거우면 됐죠. 2년 전만 해도 명절이 오면 이 센터에 어르신들을 모셔서 공연도 하고 인사도 드렸는데, 코로나19로 직접 뵙지 못해 죄송하더라고요." 복지센터에서 만난 정보석의 말이다. 그는 2019년부터 이 복지센터를 성북구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 350명은 이곳에서 외로움을 달랜다. 실버 댄스 등 좋은 프로그램으로 주변에 입소문이 나 2019년 '할담비'로 온라인을 후끈 달근 지병수씨도 '단골 손님'이 됐다.
정보석은 2017년부터 다원문화복지재단을 이끌어 온 것을 계기로 복지센터 운영까지 맡게 됐다. 이 재단에서 정보석은 청소년야구단도 이끌고 있다. 여린 외모와 달리 그는 고등학생 시절 강속구를 던지는 야구선수였는데 2학년 때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면서 한동한 방황했다. 그때 그의 손을 잡아준 이가 학교 선생님이었다. 정보석은 "나도 경험을 해봤기에 흔들리는 아이들을 보면 적어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다"며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고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야구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반장의 사회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지난 추석 연휴엔 성북구 보건소에 코로나19와 싸우느라 고생한 의료진에 5,000만원 상당의 루왁 커피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자격으로 2019년 청와대를 찾은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마음도 보석"이란 덕담을 건넸다.
정보석에게 삶의 신조는 '더불어 사는 삶'이다. 1986년 드라마 '백마고지'로 데뷔해 올해까지 연기 활동만 45년. 그의 삶에도 굴곡이 많았다. "연기가 안 된다"는 지적을 받으며 신인 시절 배역을 놓치기도 했고, 1990년대 후반 시청률 40%를 웃돌았던 드라마 '보고 또 보고'로 큰 사랑을 받은 뒤 슬럼프도 겪었다. 정보석은 "외줄 타듯 버텨왔고 그 위기의 순간에 늘 주변에서 힘을 줬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함께 사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정보석은 내달 방송을 앞둔 드라마 '어사와 조이' 촬영에 한창이다. 복지센터에서 만나기 전날도 충남 부여에서 드라마 촬영을 했다. 쉴 틈 없이 바쁘지만 그는 좀처럼 얼굴을 구기지 않는다. 장난기도 많고 엉뚱하다. 성북동 그의 집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때 생긴 별명을 활용한 '쥬얼리 정 하우스'란 명패가 걸려 있다.
"일이 힘들어 주변에 날카로워질 땐 '내가 이 일을 왜 했지'라고 자신에게 질문해요. 결국 내가 좋아서 한 일이더라고요. 이 마음 잃지 않으려고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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