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빈수레만 요란?..은행인데 예금도 대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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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은행권에서 화려하게 출사표를 던진 은행이 있습니다.
바로 토스뱅크인데요.
시중은행에서 금리가 0%대 초반에 불과한 수시입출금 통장을 조건 없이 연 2%대 금리로 제공한다고 해서 주목받았고요.
여기에 요즘처럼 대출받기 힘든 시기에 최저 2%대 금리로 3억 원에 가까운 파격적인 신용대출까지 내놨는데요.
이 같은 관심의 열기를 보여주듯이 한 달 전 시작된 사전신청에만 100만 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몰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출 중단 위기를 맞는 등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토스뱅크는 업계를 흔들 파격일지 요란한 빈 수레일지, 이한승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토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한 게 지난 5일 아닌가요?
벌써 대출을 중단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표면적으로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 때문인데요.
각 사별로 올해 대출 총액이 지난해 대출 총액보다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나면 안 된다고 한 건데요.
토스뱅크는 이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지난해 나간 대출이 없습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토스뱅크에는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5천억 원으로 제한했는데요.
이 5천억 원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당국 규제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내줄 수 있는 대출이 5천억 원 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도 토스뱅크가 지나치게 2%대 신용대출을 강조하면서 관리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대출받으려는 분들은 요즘처럼 대출받기 힘든 시기에 숨통을 틀 수 있을까 관심이 컸는데요.
대출이 바닥을 보인다는 건 이제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기자]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5천억 원을 대출로 다 내주면 더이상 대출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토스뱅크 측은 대출 중단 사태만큼은 막겠다는 입장인데요.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에는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토스뱅크가 대출 중단을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금리 2.76%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토스뱅크의 신용대출도 '그림의 떡'이 되는 셈입니다.
[앵커]
금융권에선 당국의 규제가 상당히 무섭긴 무섭나 봅니다.
그런데, 앞서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중금리 대출을 늘리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데요?
그럼 토스도 총량규제 여파로 이 부분은 안 지켜도 되는 겁니까?
[기자]
지켜야 하는 건 물론, 다른 인터넷은행들보다 오히려 더 높은 목표가 적용됐습니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의 중금리 대출 비중 목표가 올해 말 기준으로 20% 초반대인 반면, 갓 사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는 34.9%를 달성해야 합니다.
전체 신용대출의 34.9%이니까 5천억 원으로 신용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1,745억 원은 중금리 대출로 내줘야 한다는 겁니다.
즉 3,255억 원만 고신용자들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토스뱅크는 중금리 대출만이라도 대출 총량에서 빼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요.
당국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출 총량을 계산해 배분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토스뱅크 관계자 : 중금리도 총량에 다 포함돼있기 때문에 이미 25% 이상이 돼 있는 상황이고…. 약속했던 부분(비중)을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 추세도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금리 대출 비중을 맞추면 고신용 대출이 줄면서 대출 중단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출 중단이 통장 발급 중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토스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 됐습니다.
[앵커]
영업을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통장 발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요?
[기자]
역마진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 사이의 금리차, 즉 '예대금리차'로 먹고 사는 곳인데요.
정해진 대출을 다 쓴 채로 통장을 개설해주면 대출로 인한 수익이 늘지 않는 가운데 예금이자는 계속 내줘야 합니다.
예금통장을 발급할수록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거죠.
토스뱅크는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사전신청 고객의 신규 가입을 중단해 순번이 돼도 통장을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게 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습니다.
[앵커]
보통 은행들이 서비스에 나서면 모든 고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토스가 기존 은행과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단 건가요?
[기자]
아무나 통장을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고요.
사전신청을 먼저한 소비자들에게 순서대로 서비스를 오픈하고 있습니다.
순번이 돼야 통장도 개설할 수 있고, 대출도 받을 수 있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초대하면 순위가 앞당겨지는 독특한 방식을 취해 논란이 됐습니다.
다른 사람 순위가 올라가면 내 등수가 밀리는, 일종의 새치기를 조장한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그러자 토스뱅크는 이 방식을 중단했습니다.
여기에 연휴 기간 신규 가입까지 막은 것은 대출 중단을 막기 위한 토스뱅크 나름의 고육책이라는 건데요.
[토스뱅크 관계자 : 사전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이달 내 최대한 열겠다고 약속을 드렸으니까 그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 중이고요.]
결국 은행 문은 열었지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파격을 좇다가, 본질을 잊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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