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가 화천대유서 빌린 473억, 정·관계 로비에 쓰였나

박미영 2021. 10. 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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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자금흐름 들여다보니
金 '장기대여금' 대부분 용처 불투명
"영수증 못 끊었다" 석연치 않은 해명
화천대유 등 7000억대 배당·분양 수익
초기자금 다른 곳서 유입된 흔적도
남욱, 유동규에 35억 건넨 정황 나와
법조계 "자금 종착지 밝히는 게 관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회사들과 주요 인물들의 자금 흐름은 얽히고설켜 있다. 함께 개발사업을 이끈 이들 역시 수천억원대의 개발이익을 놓고 녹취록과 자술서 등으로 서로에 대한 폭로와 반박을 이어가며 사건의 실체 파악을 힘들게 하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한 관련자들의 엇갈린 진술을 두고 검경이 면밀한 자금 추적과 분석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사업 자산관리업체인 화천대유의 초기자금은 외형상 투자자문사인 킨앤파트너스와 부동산 투자회사인 엠에스비티(MSBT)로부터 시작됐다. 킨앤파트너스는 최태원 SK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자금 40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다른 곳에서 초기자금이 흘러들어온 의심 정황도 있다.

이렇게 유치된 자금을 기반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의 특혜 의혹과 맞물려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 1∼7호는 모두 합쳐 출자금이 3억여원에 불과한데도 4000억여원의 막대한 배당 수익을 챙겼다. 현재 분양수익까지 감안하면 전체 수익은 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문학적인 수익금은 상당수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주주에게 돌아가고, 임직원 급여와 성과금, 정·관계 로비 명목 등 각종 비용을 위해서도 적지 않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수익금의 흐름과 거쳐간 돈의 성격, 최종 종착지를 규명하는 게 수사당국의 과제다. 이 중 대장동 개발 사업 주요 관계자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쫓고 있는 검찰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자금은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가 화천대유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원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주요 단서여서다. 김씨는 473억원 중 100억원을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자 대장동 아파트 전담분양업체 대표인 이모씨에게 건넸다. 이 돈은 다시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씨에게 전해졌는데, 나씨는 대장동 토목사업권의 대가로 이씨에게 20억원을 전달했다가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 검찰은 나씨가 준 돈의 4배나 되는 금액을 추가로 받은 경위를 캐고 있다. 이 외 나머지 돈의 용처도 명확히 드러난 바 없다. 이와 관련, 김씨는 473억원에 대해 “초기 운영비로, 혹은 운영과정에서 빌린 돈을 갚는 데 사용했다”며 “회사 경비 영수증으로 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그렇게 했으며 불법적으로 사용된 적은 없다”고 정관계 로비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뉴스1
검찰은 천화동인 1호 차명 소유 의혹의 장본인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을 고리로 한 자금 흐름도 유심히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로부터 5억원, 대장동에 앞선 위례신도시 개발업자 정재창씨에게 3억원을 각각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구속됐다. 정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에 함께했던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에게서 수익금 중 120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도 비료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35억원을 건넨 정황이 나왔다. 남 변호사는 이날 JTBC 인터뷰에서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녹취록 얘기가 맞는 것인지 김만배 회장이 허언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그런데 솔직히 김 회장이 거짓말을 진짜 많이 하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비 대상 수사는 ‘대장동 녹취록’ 내용과 “(김씨가) ‘50억씩 일곱 분에게 35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남 변호사의 인터뷰 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앞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녹취록에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 거론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 특검 등 6명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불투명한 자금 흐름과 종착지를 규명하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금 추적과 분석 전문가를 투입해 드러나지 않은 자금 흐름의 실체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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