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직전 "2억 더 내라".. '배짱호가'에 속타는 세입자

성초롱 2021. 10. 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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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매매 시장에서나 있었던 '배짱호가'가 전세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직전 거래가 대비 전세금 2억~3억원 가량을 올려 부르거나, 전세 계약 직전에 월세로 전환하는 횡포가 속출하면서 가뜩이나 전세대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무주택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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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2법으로 매물 부족 확산
집주인, 전세난 틈타 수억 올려
호가 상향에 월세 전환 요구도

#. 결혼을 앞둔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최근 전셋값 급등 소식에 서둘러 전셋집 찾기에 나섰다. 직주근접성을 고려해 서울 용산구 일대를 한 달여간 둘러본 후 전용 84㎡의 전세자금 예산을 8억원 가량으로 잡고 중개업소를 찾았다. 이미 전세가 1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인근 아파트 대신 빌라로 눈을 돌린 박씨는 한 중개업소로부터 예산에 들어오는 매물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박씨가 해당 빌라 전세 계약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자 돌연 집주인이 전셋값을 2억원이나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박씨는 황당했지만 전세 계약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매매 시장에서나 있었던 '배짱호가'가 전세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직전 거래가 대비 전세금 2억~3억원 가량을 올려 부르거나, 전세 계약 직전에 월세로 전환하는 횡포가 속출하면서 가뜩이나 전세대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무주택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13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 물량은 지난해 7월 임대차2법 시행 이후 꾸준히 감소하면서 전세가격이 치솟고 있다. 최근 재건축 이주 수요가 늘어나고 학군 수요가 꾸준한 강남3구가 대표적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84㎡의 경우 직전 전세 실거래가가 17억원이지만 현재 호가는 20억~21억원에 형성돼 있다. 이달 초 11억~13억원 수준에서 전세 계약됐던 송파구 리센츠(전용 84㎡)는 15억~16억원대 매물이 상당수 나와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도 이달 거래 등록된 전세 가격은 7억원이지만, 현재 호가는 8억~10억원이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워낙 없다보니 집주인이 우선 높게 불러놓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앞서 내놓은 매물들도 인근 분위기를 보고 호가를 높이는 경우도 종종있다"고 전했다.

강북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파크자이(전용 84㎡)의 직전 전세 계약이 10억5000만원에 체결됐는데, 현재 호가는 12억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전용 84㎡)도 직전 거래가는 8억5000만원이었지만, 11억원대 매물이 나와있다.

계약을 앞두고 전셋값을 일방적으로 상향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40대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새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이촌동에 전세금 11억원의 전용 100㎡ 아파트를 찾아 공인중개소에 연락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집주인이 전날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80만원으로 조건을 변경했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다.

특히 최근엔 전세물건을 찾기 어려워지자, 빌라 거래에서도 호가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

한남동 B공인 관계자는 "임대차2법 시행 여파로 올봄 이사철부터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최근엔 빌라 전세가도 직전 거래에서 최소 1억원씩은 올려서 부르고 있다"며 "그래도 전세 물량이 없다보니 월세를 최소로 해서 거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25개구 절반 이상인 13개구에서 전셋값 변동률이 매매가격 변동률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넘은 지역이 7개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전년 대비 전세가격이 불안한 지역이 2배 가량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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