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세계 현황은.."韓 기업 해외 시장에 주목해야"
2019년 말경 유럽연합(EU)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발표한 '유럽 그린딜'. △기후법 제정 △탄소 배출권 거래제 강화 △탄소 국경세 도입 등이 논의됐다. 이듬해 한국 역시 '2050 탄소중립'을 처음 공식화했다. 지난 8월엔 탄소 중립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1안은 기존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며 기술 발전 및 연료 전환을 목표로 한다. 2안은 화석 연료를 줄이고 생활 양식을 바꿔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는 것이다. 3안은 화석 연료를 과감히 줄여 수소 에너지로의 과감한 전환을 목표로 한다.
환경 컨설팅 전문업체 에코네트워크(주)의 정순철 부문장에게 탄소 배출권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현황과 대응 과제 등을 물었다. 정 부문장은 "국내외 발표를 모두 조합했을 때 탄소중립은 5개 핵심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고효율 설비 및 공정 도입' '수소경제 구축' 'CCUS(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 기술) 활용' '자원순환'"으로 꼽았다.
◇탄소 배출 감축 부담 증대.. 국내 기업 과제는
주요 선진국의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춰 블랙록과 네덜란드 공적연금(APG) 등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사들은 기업에 탄소 감축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탄소 감축 노력 여하에 맞춰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강수를 두기도 했다. 애플, 구글, GM 등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선언한 배경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탄소 국경세' 역시 기업들이 예의 주시할 변수다. EU에 수출하는 기업에는 무역 관세와 같은 장벽으로 작용해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도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생긴 셈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개편) 경영 확산도 불을 지폈다.
국내에서는 탄소중립 해결책 중 '상쇄 배출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부 사업을 통해 온실 가스 감축 사업을 추진한 경우 규정에 따라 이에 대한 실적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상쇄 배출권 역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 가능하다. 직접 외부사업을 추진하거나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할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업들이 적극적 행보를 펼치는 모양새는 아니다. 감축 기술이 아직 다양하지 않은 데다 각종 규제에 따라 사업 발굴이 어려워서다. 투자 대비 낮은 감축 효과 등도 한계로 꼽힌다. 이 같은 이유로 대다수 '일회성 지원형 감축사업' 모델이 주를 이루는 게 국내 상황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또 다른 '기회'"
정 부문장은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해외에서 수행하는 온실가스 감축분을 국내 상쇄 배출권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빈국 및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감축 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국가는 국내 상황과 비교했을 때 에너지 관련 인프라가 미비해 다양한 감축 아이템을 적용하는 데 유리한 편이다. 감축량 목표도 대규모로 잡고 달성도 용이하다는 게 정 부문장의 설명이다. 탄소중립 과제 자체는 당장 기업들의 리스크처럼 해석되지만 녹색 기술을 해외 시장에 적용하면 부가 가치를 보다 쉽게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한 베트남 진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에코네트워크(주)는 2020년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구독형 방식의 신재생 보일러 사업을 앞세운 것인데, 에너지 사업과 상쇄 배출권을 함께 연계한 게 특징이다. 베트남 중앙농협회와 협업하면서 연료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등 순항 중이다. 감축 사업으로 발생한 상쇄배출권은 국내 기업과 선도 구매 방식으로 계약하는 방향으로 현재 준비 중이다. 이 모델로 자금이 확보되면 다시 바이오매스에 재투자하면서 선순환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정 부문장은 "베트남은 대기질 개선 정책의 일환으로 주요 지역 내 사업자에 석탄 사용을 제한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지속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 모델이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최빈국 또는 개발도상국의 기술 수요 분석을 적절하게 한다면 탄소중립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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