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 극단 선택한 보육교사..'가해자 엄벌 촉구' 청원 올라와

업무 배제·주말 근무 강요 등 지위 이용한 괴롭힘
피해자 사망 직후 다른 교사들도 사직 의사 표명

서울 동대문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던 보육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어제(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대문구 구립 어린이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교사 사망'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세상을 떠난 보육교사 A 씨의 가족이라고 주장한 청원인 B 씨는 "최근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 도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고, 유족 및 동료 교사들을 통해 어린이집 문제도 분명히 사망 원인에 영향이 있다는 이야기 및 증거들을 확보했다"며 "제 딸은 원장/원감과의 갈등, 교사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 등으로 인해 인격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고 굉장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B 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어 A 씨는 4가지 사례를 들며 B 씨가 겪은 괴롭힘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습니다.

B 씨에 따르면 원감은 쉬는 시간에 다른 교사들이 모여 있으면 "네가 내 욕해서 선생님들이 저기서 내 욕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억측을 펼쳤고, 업무적인 부분에서도 A 씨를 배제하기도 했습니다. 또 본인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A 씨에게 "네가 어리긴 어리구나", "내가 너무 풀어줬나 보네, 경각심이 없다" 등의 발언으로 군대식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학부모들이 A 씨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자 "인기 많아서 좋겠네?", "난 A 씨처럼 학부모님 앞에서만 웃고 안 그래" 등 언어적으로 A 씨를 괴롭혔습니다. 또 직책 외의 업무를 시켜 A 씨의 본업인 보육에도 차질이 가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B 씨는 동료 교사들도 A 씨가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으며 모두가 한 사람을 가해자로 특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 씨는 "원감은 사망한 교사에게 주말에도 근무하도록 압박을 가하여 단 둘이 추석 연휴 주말에 9~6시 근무하는 등, 원감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불합리한 행동을 지속했다"며 "제 딸은 원감과 단둘이 출근한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제 딸의 사망 직후 원감을 제외한 전원이 사직 의사를 전달하였고, 이에 놀라 즉각 원감이 사퇴했다"며 "현재 조사과정에서 원장과 원감은 사망한 딸이 우울증이라고 매도하고 있으며 지인들의 증언 또한 우울증은 원장과 원감의 사건을 덮고 회피하기 위한 거짓이라고 말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해당 어린이집은 2명의 보육교사의 사직 처리 후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여성지원센터에서 임시 교사가 투입된 상태로 전해졌습니다.

B 씨는 "구청에서 현 상황에 대해 알고 있고, 보육교사들이 상황 설명을 했으나 특별한 조치는 없고 상담치료를 권했다고 한다"며 "이런 심각한 문제가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매우 안타깝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조속히 수사가 진행되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빛을 잃어버린 딸의 억울한 죽음 내막을 풀어주길 바라며 원장과 원감의 책임 회피 및 방관에 걸맞은 법적 처벌을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글을 마쳤습니다.

한편 해당 청원은 오는 11월 11일까지 진행되며, 이날 오후 5시 55분 기준 8천704 명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디지털뉴스부]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