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청년 1인 가구 급증과 국민연금의 도전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1인 가구 40% 돌파...홀로 사는 20대 급증
저출산 고령화 맞물려 연금 지속 빨간불
세대 간 연대 강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젊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937만 가구로 처음으로 전체 가구(2,338만 가구)의 40%를 넘어섰다. 이런 1인 가구의 비중은, 생계부양자인 아버지와 가사노동을 하는 어머니, 아들과 딸로 이뤄진 산업화 시대의 전형적 가족모델인 4인 가구(19.0%, 4인 이상 가구 포함)의 2배 이상이다.
1인 가구 중 가장 많은 건 70대 이상 연령층이었지만 증가폭이 가장 큰 건 20대였다. 다른 연령대와 달리 ‘20대 1인 가구’ 비중은 2016년 12%대에서 매년 늘어 올해 15%를 넘었다. 치열한 취업난과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 때문에 젊은이들이 홀로 살기를 사실상 ‘강요’당한 게 이런 현상으로 귀결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와 홀로 사는 청년 가구 증가라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져온 충격은 이미 지방 대학의 몰락, 농어촌 공동화 등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로 노후 보장의 공적 안전판인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점은 큰 고민거리다. 복지 선진국들은 자본주의 황금기에 사회보험제도가 안착해 젊은 세대의 기여로 나이 든 세대가 혜택을 받는 '세대 간 연대'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선진국의 제도를 들여왔으나 우리의 사정은 판이하다. 저성장 국면에서 복지제도의 성숙기를 맞은 것만으로 벅찬데 보험료를 낼 후속 세대까지 급감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49)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저서 ‘인구 미래 공존’에서 우리의 공적 노후보호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우아한 노후를 상상하지 않는다. 지금 내는 연금기여분은 그냥 세금이라고 여기고 지금부터 내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지”라고 진단했다. 국민연금보다 혜택이 좋은 사학연금을 받게 될 서울대 교수의 사정이 이렇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또 다른 장애물은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 간 인식 격차다. 국민연금 기금은 900조 원 이상 쌓여 있고 앞으로 20년간은 계속 불어나지만, 연금 받을 날이 한참 남은 청년 세대와 곧 수급자가 될 기성 세대 간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지난해 한 심층면접에서 25~39세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을 생각하며 떠올린 말은 ‘너무 늦게 받음, 손해’였지만, 40~59세 가입자가 떠올린 건 ‘노후생활비, 국가가 보장하는 믿을 수 있는 제도’(이은주, 주은선)였다. 20대는 10%만이 국민연금을 믿고, 50대는 39.6%가 신뢰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세대 간 연대는커녕 이쯤 되면 국민연금이 세대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조영태 교수의 진단처럼 연금 문제의 미래는 밝지 않다. 하지만 늦게 시작하면 늦게 시작할수록 풀기 어려워지는 게 이 문제다. 이제는 “왜 내가 앞 세대를 위해 많은 연금보험료를 내야 하느냐”라는 청년 세대의 질문에 답을 줘야 한다. 총대를 메야 하는 건 정년과 공적연금 수급까지 아직 몇 년 남아 있는 2차 베이비 붐 세대(1965~1974년생)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방식의 연금개혁을 주도할 세대적 의무가 있다. 기금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과잉 축적돼 있는 기금 일부를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이나 공공어린이집 확대 같은 공공인프라에 투자해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의 효용감을 높여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고립된 개인의 노력보다는 공동체가 항상 더 나은 보호를 제공한다'는 사회연대의 정신이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 된다.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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