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페미니즘으로 들여다본 한국 사회의 변화 '페미니즘 리포트'
[경향신문]
페미니즘 리포트
김아영, 이현주, 한고은, 박다해 지음|21세기북스|224쪽|1만4800원
“차별금지법에 이어 평등법까지 발의되면서 관련 법 제정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 동의 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반면 일주일 사이로 평등법 제정에 반대하는 국민 동의 청원도 10만 명을 넘어 같은 상임위로 전달됐다. 관심만큼 논쟁도 뜨거운 법안인 셈이다.”( <페미니즘 리포트> 208~209쪽)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특히 2015년 이후의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 곳곳을 훑으며 많은 것을 없애고 바꾸고 만들어냈다.
이 같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페미니즘이라는 창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여성 이슈를 줄기차게 좇아 온 네 명의 기자가 의기투합했다. 최근 5년간 페미니즘이 지나간 자리를 추적한 결과를 <페미니즘 리포트>에 담았다. 소속 매체도, 나이도, 관심 분야도 저마다 다르지만, 여성 이슈를 지속적으로 취재해 왔다는 점만큼은 공통적인 네 기자가 각각 한 가지 주제를 맡아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네 기자가 천착한 주제는 탈코르셋, 디지털 성범죄, 여성 노동 및 임금 문제, 차별금지법 등이다. 모두 최근 5년간 부각된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관련 이슈 중에서도 중요하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주제들이다. 기자들은 이 이슈들을 대표하는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취재하면서, 그 사건이 일어난 과정, 파장, 결과와 변화 등을 꼼꼼히 정리했다. 새로운 판례가 생기고, 대안 상품이 출현하고, 익숙한 개념이 바뀌고, 범죄에 대한 양형 규정이 달라지는 등 다이내믹한 과정들이 일목요연하게 전개되어 있어 2015년 이후 페미니즘이 지나온 발자취와 함께 한국 사회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기자들의 취재 수첩에서 출발한 책답게 치밀한 팩트 체크가 신뢰를 더하는 것도 강점이다.
첫 장인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들’에서는 때로는 은근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어온 꾸밈 노동에 반기를 든 사례부터, 여성용 제품이라는 이유로 값이 더 비싸지는 ‘핑크 택스’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탈코르셋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슈를 정리했다.
2장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에서는 ‘n번방’ 사건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성범죄를 집중 분석한다. 3장 ‘공정한 월급봉투의 함정’에서는 성별 임금격차를 중심으로 여성 노동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노동 현장 곳곳에 여전한 성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4장 ‘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서는 트랜스젠더였던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들이 처한 현실을 법과 제도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동성혼 문제, 혐오 표현 등 성 소수자들을 둘러싼 예민한 문제들을 두루 짚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법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추적한다.
페미니즘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페미니즘 리포트>에 담긴 변화 중에는 의미 있는 성취도 있지만 여전히 미완인 과제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종 보고서보다 중간 보고서에 가깝다. 네 명의 기자는 단지 그간의 사건들을 점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은 과제와 앞으로 해야 할 일들도 제안하고 있다. 숨 가쁘게 지나온 5년여의 시간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앞으로 페미니즘이라는 바람이 어디로 향하도록 해야 할지 그 방향을 가늠하기에 좋은 책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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