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한국 제조기업..코로나에도 2배 늘어
현대차 영업이익 3배 늘어
◆ 조단위 이익 내는 기업들 (下) ◆
코로나19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가대표 제조업체들은 이를 뛰어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우리 기업들의 체질이 업그레이드된 결과가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제조업체는 36곳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20곳에 비해 16곳이나 늘며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4대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약진이다. 물류비용 증가로 일시적으로 이익이 늘어난 HMM을 제외하면 4대 그룹 대표 기업들이 이익 순위 톱5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6.3% 증가한 52조6400억원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 또한 141.9% 급등한 12조1236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됐다. 전 세계 반도체 호황의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전(2019년)과 비교해서도 두 배 가까운 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초기 직격탄을 맞았던 현대차도 힘을 냈다. 전년보다 3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6위에서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LG화학은 전기차 호황으로 올해 영업이익 6조원이 예상되면서, 4조6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LG전자를 제쳤다.
각 그룹 대표 기업이 선전하면서 이들과 밀접한 사업구조를 갖는 관계사들도 1조원 클럽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선전으로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올해 1조원 영업이익 달성이 유력해 보인다. 현대차그룹 내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도 1조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또한 비슷한 결과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내구재와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현재 산업구조 전망은 당분간 밝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달러당 원화값 하락세가 수출에 더욱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우리 기업이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제조업 36곳 '이익 1조 클럽'
LG화학·금호석화 '고부가 집중'
합성수지·라텍스로 시장 키워
S-OIL도 석화제품으로 반등
철강 수요 증가 덕본 포스코
중국 감산 정책 반사익까지
현대제철 올해 영업이익도
작년 730억서 2조로 '껑충'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분기 최고 실적을 잇달아 경신한 LG화학은 올해 6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LG화학은 차별화된 기술로 확보한 고부가 합성수지(ABS)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ABS는 내열성과 내충격성 등이 우수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이다. 가공성 또한 우수해 다양한 색상 구현이 가능한 만큼 자동차 내외장재를 비롯해 청소기, 가전제품, 정보기술(IT) 기기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된다. LG화학은 연간 200만t이 넘는 ABS를 생산해 글로벌 점유율 1위(22%)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t당 1000달러 선을 유지하던 ABS 가격은 현재 t당 20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화학사 '빅2'인 롯데케미칼은 작년 3월 대산공장 사고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영업이익 353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올해 2조원 넘는 돈을 벌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는 범용 제품인 '에틸렌' 외 주사기에 주로 사용되는 고투명 의료용 폴리프로필렌(PP)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큰 기여를 했다.
창사 이래 1조원 단위를 넘어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는 금호석유화학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NB라텍스'가 코로나19 시대 효자 역할을 했다. 의료용 장갑에 주로 쓰이는 NB라텍스는 위생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조리용, 청소용 등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량이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6년 NB라텍스 생산 능력을 연간 20만t에서 40만t으로 확대했으며 이어 2018년도에도 15만t 증설을 시작해 2019년 말 완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은 공급 과잉 상태였던 '스티렌부타디엔 고무' 생산 비중을 축소하고 마진이 높은 라텍스 생산을 늘려 왔다"며 "이 같은 판단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가 하락과 석유제품 소비 감소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국내 정유사들은 경기 회복과 함께 올해 실적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S-OIL은 중장기 성장전략 '석유에서 화학으로'가 빛을 발했다. S-OIL은 수익성이 좋은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앞세워 지난해 4분기 국내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지난해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이익을 거둔 HMM(옛 현대상선)은 올해 무려 6조원이 넘는 돈을 벌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해운 물동량 증가와 이에 따른 항만체선(선박이 항구 밖에서 하역작업 순서를 기다리는 상태) 및 내륙 운송 지연으로 인해 컨테이너와 벌크선 운임이 치솟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세계 공급망 관련 수혜 외에도 HMM의 선제적인 초대형선 확보가 분기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선복량이 최대 400만TEU에 달하는 글로벌 선사에 비해 HMM의 선복량은 85만TEU에 불과하다"면서도 "하지만 1만TEU 이상 초대형선 비중은 HMM만이 유일하게 50%(20척)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추후 운임이 떨어지더라도 경쟁사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도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해운 업황 호조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 1조원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13일 지난 3분기 매출 20조6100억원, 영업이익 3조1100억원(잠정)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41.4% 증가하며 3조원을 돌파해 전 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시장에서는 올해 포스코 영업이익이 8조4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계속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고 있어 숫자는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올해 포스코의 깜짝 이익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중국의 철강 감산과 더불어 세계 철강 수요가 커지면서 철광석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 3월 동계올림픽 때까지 감산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최근의 철강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철강값 하락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같은 이유로 현대제철도 영업이익이 작년 730억원에서 올해 무려 2조2000억원 안팎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작년보다 무려 16조원 넘게 돈을 더 벌면서 영업이익이 52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대비 압도적으로 가장 큰 영업이익 증가폭이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영업이익 차이도 더 벌어지게 됐다. 에프앤가이드 실적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삼성 계열사 12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2019년 삼성전자의 20.4%에 달했으나 올해에는 16.2%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 밖에 올해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텔레콤, KT와 함께 국내 통신 3사가 모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섭 기자 / 원호섭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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