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나 잘하라..'194억 먹튀' 당한 조폐공사에 여야 십자포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가 한국조폐공사를 상대로 194억원 상당의 '불리온 메달 먹튀 사건'을 집중 질의했다. 디지털 시대가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든 오늘날 주화 사업 등에 치중한다는 문제 제기도 잇달았다. 야당은 물론 정부 정책에 수비수 역할을 했던 여당도 모처럼 한 목소리로 조폐공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3일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A사가 194억원 상당의 '불리온 메달'을 구매 의뢰한 후 대금 지급 없이 일명 '먹튀'한 사건을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집중 질의했다. '불리온 메달'은 금이나 은에 국가 상징물 등을 새긴 귀금속으로 메달과 주화 등 상품이다. 일각에서 수집용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쓰인다.
장 의원에 따르면 A사는 2016년 최초 계약 시 법인 설립조차 되지 않았다. 조폐공사와 A사 간 계약일은 2016년 7월7일인데 A사 등기일은 같은달 8일이라는 설명이다.
장 의원은 또 조폐공사가 A사와 최초 계약 시 사업자 공모 등 관련 공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인 설립조차 되지 않은 업체를 발굴하고 거래처로 선정하는 과정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조폐공사는 또 구매대금 미납 사건과 관련 책임 있는 임원을 징계나 민·형사상 책임 없이 권고사직 처리했다고 장 의원은 밝혔다. 당시 조폐공사가 관련 고소가 실익이 있다는 답변을 받은 점에 비춰 사실상 '내식구 감싸기'식 사건 무마라는 게 장 의원 시각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 사장에게 시대에 걸맞은 사업 전환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조직을 위한 사업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디지털 화폐가 논의되는 마당에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14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은행권 분야에서 67억원 △주화류에서 33억원 △메달류에서 127억원 △해외사업 관련 수출용지·주화에서 51억원의 적자가 났다.
박 의원은 코로나19(COVID-19) 시대 비대면 결제가 확산되고 디지털 화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조폐공사가 혁신하지 못하고 적자를 자초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조폐공사 사업에 대해 전반적 재점검하고 비전이나 운영 방향을 재설정하는 기관 컨설팅을 받아보라고 권유하고 싶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먹튀 사건'과 조폐공사의 '내식구 감싸기' 의혹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불리온 사업의 전체적인 문제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며 "불리온 사업 외 사업에서 매출거래의 결제 방식도 점검해 달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국감 자료를 보니까 사업 범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돼있다"며 "조폐공사의 혁신이 제자리걸음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집중 질의했다. 이들 국가도 한국처럼 별도의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면서 다양한 수익 사업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반 사장은 "여러 형태로 돼 있다. 선진국가에서는 저희 같이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미국은 정부 기관이고 일본은 유럽 국가에 비해 사업 범위가 좁다"고 답했다.
배 의원은 "본업에 충실하고 효율화해서 국민적 신뢰를 되찾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며 "사업 규모들을 다운사이징(축소) 해야 되지 않냐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사업 실적 부진으로 조폐공사의 부채비율이 급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조폐공사 부채비율은 2019년 52.75%에서 지난해 95.62%, 올해 6월말 기준 132%로 크게 늘었다.
이에 반 사장은 "지난 2월 부임해서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했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전문기관 컨설팅도 의뢰해서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어떻게 사업을 (조정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할지 (고민하고) 단기적으로 투자 계획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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