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미래컨퍼런스 2021] 서형수 "생산가능 인구 늘려야 생존 모색..질 좋은 고령일자리 동반돼야"

세종=서일범 기자 2021. 10.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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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연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인구팽창기 시스템 벗어나 사회 전반 부작용 최소화
현 생산 가능 연령 15~64세서 20~69세로 조정
젊은 세대 부양비 부담 줄이고 고용 연장 이뤄야
서형수 국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1’에서 강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1’에 13일 연사로 나선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인구의 양적 성장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자”는 도전적인 화두를 내놓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면 차라리 인구에 대한 패러다임과 국가 시스템을 개조해야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인구 고령화라는 필연적 결과에 적응하는 방안을 내놓는 ‘적응 정책’을 찾아 실행하면 결과적으로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 사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집단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 인구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 매달리지 말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여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셈이다.

서 부위원장은 이를 위해 우리나라 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사회 시스템은 중위 연령(모든 사람을 나이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나이)이 20~30대인 인구 팽창기 시대에 맞춰져 있다”며 “인구 수축기에도 이런 시스템을 운용하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해 사회 전체가 부전(不全)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 변화 속도는 ‘쓰나미’에 비유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시대의 길을 갔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지난 1997년 15.7%였던 고령화율(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39년 뒤인 2036년 33.9%로 치솟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0년 15.7%였던 고령화율이 불과 20년 만인 2040년이 되면 33.9%까지 뛸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의 속도가 일본과 비교해 두 배 더 빠른 셈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1976년만 해도 중위 연령이 20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나라였지만 2050년이 되면 국민 평균 나이가 60세가 돼 고령화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며 “사회보장은 물론 산업·고용·주택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부위원장이 보는 시스템 변화의 핵심은 주(主) 생산 인구층의 확대다. 현재 정부 공식 통계에서 보는 생산가능인구는 15~64세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재 구조에서 이 연령대 인구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 기존 시스템을 다시 짜면 인구구조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정년과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면 생산인구 규모 자체가 커져 젊은 세대에게 과중하게 부과되는 부양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생산가능인구 기준을 지금처럼 15~64세로 유지하면 2060년 기준 총 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인구의 수)가 108.1명으로 불어나지만 이 기준을 20~69세로 조정하면 같은 기간 부양비가 87.3까지 낮아져 우리 사회 전반에 걸리는 부하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이 정년 연장에는 반드시 고령층 일자리에 대한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서 부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정년 연장이 이뤄졌지만 일자리의 질까지 함께 좋아졌는지는 불확실하다”며 “단순히 정년을 늘린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연공제 및 호봉제 등 임금 체계까지 개선해야 진정한 고용 연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보상 체계 개조는 궁극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로 이어진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좋은 일자리가 몰려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다 보니 과도한 취업 및 교육 경쟁과 수도권 집중 현상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나 국가 전체적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나친 경쟁과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등 근원적 보상 체계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결국 세대 및 계층 간 갈등이 불가피한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원 배분에 대한 개혁에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인구 확대와 더불어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과제로 지목됐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1인당 생산성을 높여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고령 소비인구의 소비지출을 생산인구의 생산능력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일종의 ‘흑자’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서 부위원장은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 의료비 및 장기 요양비 등 비용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이 같은 의료 시스템에 대한 효율성 제고 작업이 필수적이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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