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바이러스가 영유아에게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이유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 저널 '셀 리포트'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약칭 RS바이러스는 거의 모든 사람이 어릴 때부터 평생 반복해서 감염되는 병원체다.
다행히 RS바이러스 감염은 대부분 가벼운 감기로 끝난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에 처음 감염된 영유아나 면역력이 약해진 성인은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중증 폐 감염증 등으로 진행해 입원 치료를 받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유행하는 주요 바이러스 중 하나다.
특히 1세 미만 영아에게 많이 생기는 RS바이러스 감염이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커지는 이유를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의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바이러스는 스스로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 숙주의 면역 유전자 발현을 교란하고 면역 반응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RS바이러스 감염에 효과적인 치료법과 백신 개발에 유력한 표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 결과는 12일(현지 시각) 셀 프레스(Cell Press)가 발행하는 공개 액세스 생명과학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RSV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이지만, 보건 의료계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병원체다.
미국의 경우 매년 5세 미만 영유아 5만8천여 명이 RSV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이 가운데 사망자가 많을 땐 500명에 달한다.
성인도 한 해 약 1만4천 명이 RSV 감염증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유아의 경우 중증 RSV 감염증을 이겨내도 습관성 천식이나 천명이 생길 위험이 일반인보다 30% 내지 40% 높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데이지 W.렁(Daisy W. Leung) 의학 생화학 부교수는 "사정이 이런데도 RS바이러스 감염에 쓸 만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마땅치 않고 백신도 개발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찾아낸 RS바이러스의 공격 무기는 NS1(비구조적 단백질 1)이다.
이 단백질은 숙주 세포의 면역계를 교란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 복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렁 교수는 이미 2017년에 이 단백질의 특정 부분이 숙주의 면역 반응 손상과 연관돼 있다는 걸 밝혀내 저널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에 논문을 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NS1 단백질이 어떻게 면역 반응을 교란하는지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피험자의 기도에서 채취한 세포에 RS바이러스가 감염되게 한 뒤 자체 개발한 항체를 투입해 NS1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바이러스의 유전체와 바이러스성 단백질이 숙주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 입자를 복제하는 동안 NS1 단백질은 숙주 세포의 핵 안으로 들어갔다.
NS1은 숙주세포의 면역 유전자 발현에 변화를 일으켜 바이러스에 맞서는 면역 반응을 방해했다.
공동 수석저자를 맡은 재커린 페이턴(Jacqueline Payton) 병리학 면역학 조교수는 "NS1은 단순히 핵 주위를 부유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들과 상호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바이러스가 감염했을 때 강하게 발현하는 면역 반응 유전자 그룹이었다.
NS1은 이들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는 유전체의 특정한 지점에 정확히 결합했다.
이 발견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RS바이러스 감염이 심해지면 천식 발생 위험이 커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후성 유전체, 즉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DNA와 화학적 단위(chemical unit)의 결합 패턴에 열쇠가 있을 거로 추정한다.
페이턴 교수는 "꼭 면역세포가 아니더라도 어떤 세포가 감염에 직면하면, 다음번 감염 때 더 신속히 반응할 수 있도록 후성 유전체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라면서 현재 연구 중인 가설을 소개했다.
NS1 단백질이 감염에 취약한 환자의 후성 유전체에 변화를 일으켜, 이런 환자가 RS바이러스에 재감염됐을 때(혹은 먼지나 고양이 비듬 등의 자극을 받아도) 해로운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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