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영장' 혐의로 본 검찰 수사..구속 가능성 따져보니
14일 김만배 구속여부가 '대장동' 수사 분수령
검찰이 지난 12일 청구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사전구속영장 범죄 혐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가 어떤 구도와 방향으로, 어느 수준까지 진행됐는지 판단할 수 있는 1차 가늠자다. 검찰 수사는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혐의 틀이 먼저 잡히고, 배임 대가인 뇌물 혐의가 ‘녹취록’을 근거로 뒤따르는 모양새다. 뇌물수수가 먼저 드러나고 배임 입증으로 가는 통상의 수사 구도와는 반대인 셈이다. 일단 뇌물수수 혐의로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된 만큼 공여자로 지목된 김씨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김씨의 배임·뇌물액 산정 근거가 단단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어 김씨의 영장심사 결과가 수사 확대의 중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김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의 배임 및 횡령, 형법의 뇌물공여 및 뇌물공여약속 혐의를 적용했다.
우선 검찰은 김씨를 유동규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판단했다. 두 사람이 공모해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에 민간 투자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뺐고, 그 결과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일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 청구 때는 배임액수를 특정하지 못한 채 ‘수천억원’이라고 적었는데, 이번에는 ‘최소 1100여억원 손해+알파’라는 취지로 범죄사실을 썼다고 한다. 그사이 검찰 배임수사팀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7시간 만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사실 등을 확인한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화천대유 등이 가져가는 분양 수익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검찰이 기소할 경우 적어낼 최종 배임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은 또 김씨가 개발 이익 가운데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약속(뇌물공여약속)했고, 이 가운데 5억원을 전달(뇌물공여)했다는 범죄사실을 영장청구서에 적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14년 11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 이익 25%를 주기로 약속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김씨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등 세 사람 사업을 돕기로 약속했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익 배당이 시작되자 25%에 해당하는 700억원 가운데 5억원(수표 4억원, 현금 1억원)을 먼저 건넨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준 것도 곽 의원에게 준 뇌물로 판단했다. ‘곽 의원이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 2016년부터 국회의원을 지내며 사업을 포괄적으로 도와준 대가로 뇌물을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 쪽 판단이다.
이에 따라 김씨에게 적용된 뇌물액수는 모두 750억원에 달한다. 회삿돈으로 뇌물을 줄 경우 횡령으로 보는 판례에 따라 김씨는 화천대유 회삿돈 55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검찰은 14일 오전 10시30분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김씨 조사 내용과 변론 전략, 언론보도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특히 김씨 변호인단이 핵심 물증인 녹취파일의 존재 여부 및 녹취록 내용 신빙성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어서, 이를 반박하는 데 중점을 둔 신문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이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구속영장심사에서 주요하게 보는 만큼, 지난 11일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녹취록 내용을 확인시켜주지 않은 이유, 뇌물수수 당사자로 지목한 곽상도 의원을 조사하지 않고 김씨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한 이유 등을 얼마나 판사에게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영장심사 과정에서 녹취록 내용 일부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외교부는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남욱 변호사의 여권 무효화 조처에 착수했다고 13일 밝혔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대장동 3인방’ 주장 합쳤더니 ‘그분’이 사라졌다
- ‘김만배 영장’ 혐의로 본 검찰 수사…구속 가능성 따져보니
- 이낙연 “경선 결과 수용”…내홍 수습한 민주당, 대선체제 돌입
- [단독] ‘생태탕집 안 갔다’던 오세훈…검찰 “갔을 가능성 높아”
- 민주당 ‘경선 후유증’ 봉합됐지만…이재명 ‘원팀 구성’ 어떻게?
- 육참총장, 변희수 전 하사 “명복” 빌며 “강제전역은 규정상 정당”
- ‘고의 충돌 의혹’ 심석희, 대한민국 체육상 보류
- “전부 털렸다”…MB 정부 ‘해외 자원개발 1,2호 펀드’ 수익률 -100%
- 컬렉터 100m 줄…외국 명품·젊은 돈줄에 곪아가는 K미술판
- 장군만 신을 수 있는 ‘지퍼형 전투화’, 이등병도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