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매염방' 감독 "매염방을 그리워하고 관심 갖길"
홍콩 영화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
2012년 부국제 개막작 '콜드 워' 공동연출 렁록만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
모델 출신의 신예 왕단니가 매염방 역 맡아 열연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매염방과 삶과 홍콩의 아름다웠던 순간들 담아내
매염방의 지인들이 말한 매염방 "한 번도 우리 옆을 떠나본 적 없는 것 같은 사람"
렁록만 감독 "매염방을 그리워하고, 매염방에 관심 갖기를"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홍콩 영화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가수 매염방의 삶이 스크린을 통해 되살아났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매염방'을 통해 감독과 배우가 전하고 싶은 것은 매염방과 그에 대한 그리움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매염방'은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의 공연과 영화, 인터뷰 및 방송 자료화면 등을 곳곳에 삽입해 매염방을 지금 우리 눈앞에 소환한다.
'매염방'은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콜드 워'의 공동연출로 부산을 찾았던 렁록만 감독은 첫 단독 연출작으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매염방의 카리스마를 모델 출신의 신예 왕단니가 훌륭히 소화해 냈다. 왕단니는 1년 넘게 걸린 캐스팅 과정에서 3000명이 넘는 지원자를 뚫고 매염방의 삶을 그리게 됐다.
13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매염방' 기자회견에는 렁록만 감독과 배우 왕단니가 참석해 영화와 매염방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렁록만 감독은 홍콩을 대표하는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매염방 역할에 신예 왕단니를 캐스팅한 이유에 관해 "매염방 선생님을 얼마나 닮았는지는 전혀 보지 않고 느낌과 성격이 얼마나 맞는지 위주로 봤다"며 "카메라 테스트에서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노래를 불러 달라고 했는데, 그때 딱 느낌이 왔다. 뒤돌아봤는데 현장에 있는 모든 여성 스태프가 다 울고 있었다. 그들도 왕단니의 진심을 느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왕단니는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건 운이 좋았던 덕분이라며, 영화 촬영 전 노래와 춤, 연기 선생님과 오랜 시간 연습을 거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왕단니는 "'매염방' 팀의 매염방 선생님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다. 내가 촬영장에 도착하면 내게 '매염방 선생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라고 인사해줬는데, 내가 역할에 몰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왕단니에게 매 촬영 과정이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는 특히 극 중 매염방의 언니와 병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과 역시 같은 시대를 풍미했던 홍콩의 별 장국영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컷이 끝나고 나서도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매염방'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가 사랑했던 매염방에 대한 드라마이자, 홍콩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애가(哀歌)"라고 설명했다.
매염방의 삶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영화는 그가 살았던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홍콩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재현했다. 렁록만 감독은 "많은 리서치를 거쳤고, 아시다시피 홍콩도 변화가 빠른 도시이다 보니 CG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홍콩 번화가의 큰 간판은 100% 똑같이 만들었고, 옆의 세부적인 부분은 대략적인 느낌이 나도록 진행했다. 그래서 관객분들이 스크린을 통해 봤을 때 그 시대 홍콩 느낌이 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외로움과 아픔, 20년에 걸친 장국영과의 우정과 이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자 했던 모습, 특히 '홍콩의 딸'이라고 불릴 정도로 홍콩의 국내외적 상황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던 매염방의 다면적인 순간들을 조명한다.
그렇기에 사전에 매염방과 가까웠던 이들에 대한 인터뷰도 많이 진행했는데, 당시 감독이 느꼈던 것은 매염방을 떠나보낸 이들이 마냥 그 사실을 속상해하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감독은 "이상하게도 많은 분을 다 따로 만났는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매염방 선생님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매염방이 한 번도 자기 옆을 떠나본 적 없는 거 같다고 했다"며 "그저 지각을 많이 한 오랜 친구, 오늘도 지각했다는 느낌이라고 많이 이야기했다. 매염방은 그런 분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매염방'을 촬영하며 놀라웠던 기억 중 하나로 감독과 배우는 영화 '인지구'를 통해 매염방과 작업한 바 있는 관금붕 감독의 깜짝 방문을 꼽았다.
왕단니는 "관 감독님이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그중 아직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매염방을 모방하려 하지 말고 실제로 느끼고, 느끼면서 연기하라는 것"이라며 "그 말을 기억하며, 실제로 현장에서 내가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끼는 것으로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매염방'을 통해 매염방의 삶을 함께한 왕단니는 그의 수많은 노래 중에서도 '여인화'와 '석양지가'가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여인화를 제일 좋아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의 마음 등을 담은 노래라 생각한다"며 "또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석양지가' 역시 전 세계 많은 팬의 사랑을 받은 노래이자 레전드 곡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가사가 많으니 여러분도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렁록만 감독은 영화 '매염방'을 통해 매염방을 사랑하는 팬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매염방과 동시대에 성장한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우리에게 욕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제 또래 관객들이 '매염방'을 보고 매염방이 매우 그립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매염방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매염방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의 이름을 검색하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면 좋겠다는 겁니다."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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