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성폭력 2차 가해 막지 못한 간부도 처벌된다
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의무 주체와 금지 행위 명문화
사건사고 '쉬쉬' 막기 위해 '지휘책임' 범위도 재정립
군대 내 수사·기소·재판 모두 맡는 법무관들 수임 제한 강화
평시 군사법원 폐지도 권고했지만 실현될지 미지수
공군 '으뜸병사' 비슷한 '대표병사제' 전군 확대도 고려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병영문화 개선 대책기구인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13일 군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강화 등을 포함해 모두 73개 안을 국방부에 권고하고 해단했다.
여군 부사관들 죽음으로 몰아간 '2차 가해' 방지책 제고
성폭력 또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이라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되, 생활권역을 포함해 지역적으로 분리하는 기준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부대에 근무하지 않도록 하고, 성폭력 예방 전담조직에서 가해자 보직 분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를 신설하도록 권고했다.
군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내부 구성원이 참여하는 '성평등 소통 협의체'도 운영하도록 권고했다. 일상에서 겪는 성별, 세대별 인식 격차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부대에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단 '지휘책임'부터 묻고, '철저한 지휘감독'을 했을 때 면책하던 상황에서도 벗어나도록 권고했다. 지휘관들이 사건사고를 쉬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군대 내 수사·기소·재판' 사법제도 견제와 모니터링안도
합동위는 특정 지역 군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해당 지역 사건을 전부 수임 금지하거나, 특정 군 출신 변호사가 같은 군 사건 전체를 수임 금지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군 사법기관에 대한 민군 합동 모니터링 방법을 마련하고 수사심의위원회가 각 군 운영을 체계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합동위는 "군 검찰 수사권 남용 방지를 위해 군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군사경찰에 이의제기권을 부여하고, 군 검찰이 무분별한 보완수사를 요청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구체화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군 사법 제도 개선 방안으로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도록 권고하긴 했지만, 얼마 전 국회 본회의에서 입대 전 범죄와 성범죄 그리고 군인 사망 범죄만 민간법원으로 이관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병사 자치제 전군 확대 방안 고려…'지휘책임' 명확한 범위 규정
병영생활에 대해선 자율과 책임을 지키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공군 '으뜸병사'와 같은 '대표병사제'를 전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했다.
대표병사는 복무와 병영생활 관련 제도개선 의견을 제시하고 고충을 수렴해 건의하며, 병사 자율활동을 주도하면서 관리하고, 병사 징계 대상자에 대한 의견 제시 등의 역할을 맡는다.
머리를 얼마나 잘라야 하는지 정해 둔 두발 규정도 각 군 간부와 병사들이 같게 단일화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두발 유형은 작전·훈련, 부대별 임무 특성 등을 고려해 각 군이 검토하도록 했다. 또 간부와 병사들이 목욕탕과 식당, 이발소 등 복지시설을 함께 사용하도록 했다.
줄사퇴 등 불협화음엔 "다양한 이견 표현, 민관군이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
서욱 국방부 장관은 "신뢰받는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면서 "권고안을 토대로 병영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선진 병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던 박은정 공동위원장은 "권고안이 군 특수성에 따라 내재된 근원적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민관군이 함께한 노력의 결실은 군의 전향적 개선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동위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민간위원들이 군 사법제도 개혁과 급식 개선 문제 등을 놓고 국방부와 이견을 보이다 줄사퇴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선 "외부에서는 불협화음으로 우려도 했지만, 각계 전문가가 모인 곳에서 다양한 이견 표현은 민관군이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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