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지젤' 주인공 한상이·오콤비얀바 "춤 연기 체력 소모 커..홍삼 챙겨주며 호흡"

오수현 2021. 10. 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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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고난도 기술 필요해
서로 믿고 맡기며 춤춰"
사랑과 배신 담은 작품
29일부터 예술의전당 공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간토지 오콤비얀바(오른쪽)와 한상이. [이충우 기자]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간토지 오콤비얀바와 솔리스트 한상이는 짝꿍이다. 둘은 서로를 향해 "믿고 맡기는 사이"(한상이) "눈빛만 봐도 통하는 파트너"(오콤비얀바)라고 말한다.

앞서 호두까기인형 등 여러 작품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해온 이들 두 무용수가 낭만발레의 걸작 '지젤(Giselle)'의 남녀 주인공으로 나선다. 둘이 지젤에서 합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상이는 공연을 앞두고 오콤비얀바에게 특별히 홍삼을 챙겨주고 있다. 지젤은 남녀 주인공의 2인무(그랑 파드되)에서 남자 무용수의 체력 소모가 극심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홍삼을 주고받는 모습이 단짝 친구 마냥 정겹다. 오는 29~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지난 12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를 찾았다.

"2019년 지젤 공연 때도 상이 씨랑 주연을 맡았던 터라 이번에는 좀 더 깊은 감정연기가 가능할 것 같아요. 서로의 눈만 봐도 상대가 어떤 감정 상태에 들어서 있는지, 어떤 동작을 준비하는지 알 수 있죠."(오콤비얀바)

"지난 공연을 복기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있어요. 경험을 통해 감정적으로, 체력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보다 잘 알게 됐다고 생각해요. 특히 지난 공연 때도 짝이었던 간토지와 함께하게 돼 연습 초반부터 감정 표현 등 디테일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한상이)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은 귀족 신분의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와 순수한 시골 처녀 지젤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삶과 죽음을 넘어선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알브레히트는 귀족 신분을 숨기고 지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이내 약혼녀를 둔 남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순수한 시골 처녀 지젤의 마음을 갖고 장난을 친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알브레히트를 사랑한 지젤은 큰 충격에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는다. 알브레히트의 진실을 알게 된 뒤 지젤이 펼치는 광기 어린 춤은 놓쳐서는 안 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지젤은 하얀색 도화지 같은 소녀예요. 사춘기 소녀 같은 싱그러우면서도 여린 감성의 소유자죠. 그런데 알브레히트의 거짓을 알고 나선 광란의 여인으로 돌변해요. 캐릭터의 전환이 극적인 만큼 연기의 폭이 깊어야 돼요. 백조와 흑조를 한 명이 연기하는 '백조의 호수'보다 캐릭터의 전환이 더 크죠. 소위 매드신(mad scene)으로 불리는 이 장면에선 음악에 맞춰 제 안의 비탄과 광기를 끌어내려고 해요. 쿵쾅쿵쾅거리는 음악을 듣다 보면 제 심장도 격렬하게 같이 뛰는 게 느껴져요. 머리도 풀어 헤치고, 초점이 사라진 눈빛으로 연기에 몰입하게 되죠."(한상이)

하지만 영혼이 된 지젤은 자신을 속인 알브레히트를 지켜낸다. 그녀는 윌리(영혼)들의 여왕인 미르타의 명령에 따라 알브레히트와 춤을 추며 그를 죽음에 이르도록 해야 하지만 끝내 이를 거부한다. 목숨을 건진 알브레히트는 그녀의 숭고한 사랑 앞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극은 마무리된다. 영혼이 된 지젤과 산 육체인 알브레히트가 펼치는 그랑 파드되(2인무)는 작품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이 춤에선 남자 무용수의 체력 소모가 굉장히 커요. 1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영혼을 연기하는 여자 무용수가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계속 들어줘야 하거든요. 간토지가 헉헉대는 숨소리가 들려서 속으로 '미안해, 미안해'하며 춤을 추게 되죠."(한상이)

"차라리 여자 무용수를 끝까지 힘껏 들어 올리는 거라면 나을 텐데, 지젤이 계속 얕게 떠있는 상태를 유지시켜야 해 쉽지 않아요. 그런 상태에서 공중에서 3번 다리를 교차하는 동작인 앙트르샤시스를 서른두 번이나 해야 돼 발레 작품을 통틀어 남자 무용수에겐 가장 어려운 파드되 중 하나예요. 하지만 상이 씨가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힘내라고 홍삼도 줬는데 홍삼값 해야죠."(오콤비얀바)

오콤비얀바와 한상이는 오는 30일 오후 2시 공연에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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