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부터 맛없는 메뉴까지 '싹 바꿨다'..육군 병영식당 가보니
2025년까지 중대급 이상 부대로 확대..육본 장군식당도 '개방'
(세종=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식판부터 메뉴, 조리·설거지 방식까지, 싹 다 바꿨습니다."
13일 오후 세종시에 위치한 육군 32사단 내 병영식당. 현장에서 만난 육군 관계자는 '자신 있게' 달라진 식당을 소개했다.
32사단 병영식당은 올해 '부실 급식'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육군이 장병 급식을 개선하기 위해 시범 운영 중인 3개 부대 식당 중 한 곳이다.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이날 국정감사차 계룡대를 찾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취재진이 장병들과 함께 식사하도록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중식 메뉴는 카레와 등심 돈가스, 쫄면 무침, 소시지 구이, 샐러드, 시리얼, 우유, 요구르트 등이었다.
식당에 부착된 한 달 치 식단을 보니, 이날 중식 외에도 이른바 '짬밥'의 공식처럼 여겨지던 '1식 4찬' 대신 메뉴 특성에 따라 적게는 4가지에서 8가지까지 탄력적으로 메뉴 편성이 돼 있었다. 직사각형의 식판도 원하는 만큼 골라 담을 수 있도록 원형 식판으로 교체했다.
메뉴는 부대 영양사들이 직접 부대원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편성한다. 장병들이 선호하지 않는데도 끼니마다 거의 빠지지 않던 국 종류도 대폭 줄었다.
이날 중식 단가는 4천200원. 부실 급식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군이 장병 1인당 하루 급식비를 1만원 수준까지 올리기로 하면서 '숨통'이 좀 트였다. 부실 급식 사태 이전 장병의 한 끼 급식비는 시중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2천930원이었다.
혹시 이날 들이닥친 국회의원들과 취재진 탓에 조리병들이 혹사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부실 급식 계기로 메뉴 편성 다양화 등으로 조리병들의 업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기자가 식당 조리실에 직접 가보니 조리병 대신 새로 들인 대형 튀김기 2대가 '열일' 중이었다.
한 조리병은 "예전에는 돈가스를 튀기려면 조리병들이 대형 솥에서 쉬지 않고 튀겨야 했는데, 기계에 넣고 레시피에 나온 대로 튀기기만 하면 돼 편해졌다"며 "기름이 튀는 형태 기계도 아니어서 안전하다"고 전했다.
돈가스를 배식대로 연신 나르는 조리병들의 땀방울은 여전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화상 등 부상 위험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설거지 방식도 예전에 비하면 수월해진 것으로 보였다.
장병들이 식사를 마친 뒤 식판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두면, 설거지는 자동세척기로 하게 된다. 조리병들이 잔반을 덜어내고 1차 세척을 하는 등의 수고로움은 여전했지만, "직접 일일이 닦던 것보다는 업무가 줄었다"고 현장에서 만난 조리병은 전했다.
육군은 한 달여 간 시범 운영을 한 결과 장병 급식 만족도가 86.2%로, 개선 전보다 약 23%p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병영식당 개선 후에는 군마트(PX)에서 식품류 구매율도 30∼40%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내년 210개소로 시범운영 대상을 늘리고, 2025년까지 중대급 이상 부대 식당 1천550여 개소로 바뀐 병영식당 모델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적잖은 예산과 영양사와 민간조리원 인력 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에서 '반짝 개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날 현장을 찾았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전방부대 등에는 민간조리원들이 채용이 잘 안 되고, 퇴사하는 인원도 많다. 32사단 모델을 전군에 빨리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인건비 현실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방부와 협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부실 급식 사태 계기로 계룡대 육군본부 '장군식당'을 일반 간부들에게도 개방하도록 지시해 운영 중이라고 육군 관계자는 전했다. 그간 장군식당은 명칭 그대로 장성들만 이용하던 곳으로, 대표적인 군내 '권위와 불평등'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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