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유덕열 "교육 때문에 돌아오는 도시 만든다"
저출산 해결에 집중..공동육아나눔터·육아방 호응↑
전체 25개 자치구 중 교육경비보조금 두번째로 높아
"아이의 미래가 동대문구 미래..지원 더 강화하겠다"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아구, 몇 살이야? 방긋방긋 잘도 웃네.” 최근 서울 동대문구 소재 육아종합지원센터 답십리점.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이른 오전부터 센터를 방문한 11개월 된 아기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센터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사전 예약 신청을 받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엔 악화된 방역상황에 내부에 빈 자리가 꽤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유 구청장은 현장 애로사항을 챙기고 학부모 교육 등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센터를 종종 방문한다. 센터 내부에 보호자와 영유아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공동육아방을 서울시 최초로 운영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노력이 일환이다.
그는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인 아젠다로 떠오른 가운데 코로나19 시대에 지역별 학습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본 보육 정책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충분한 재정 여건으로 교육 인프라를 잘 갖추고 명문학군이 몰린 강남을 따라잡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교육 때문에 떠나는 도시에서 교육 때문에 돌아오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매년 예산을 집중 배정하고, 육아 품앗이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보육·교육 제도와 관련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집중, 정책 감수성을 더욱 높여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유 구청장은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악인 0.84명으로 떨어지는 등 인구절벽이 현실화 된 이유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한 부담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구청장은 선제적으로 출산지원금 인상, 공동 양육 시스템 마련, 어린이집 환경 개선 등 보육 정책을 차근차근 시행해 오고 있다.
이날 유 구청장이 방문한 센터 내 공동육아방도 어린이집을 대체하고, 보호자와 아동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육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에는 만 36개월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시간제 보육과 장난감·도시 대여, 다양한 테마활동을 할 수 있는 공동육아방,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부모 교육 및 육아 상담 등을 제공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 구청장은 “현재 관내에서 2009년 첫 개원한 답십리점을 비롯해 제기점, 배봉점 등 6개의 공동 육아방을 운영중인데 연말까지 3개소, 임기 말까지 전체 14개 동마다 최소 1개소 이상을 추가로 개설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육아라는 공통된 주제로 육아 방법을 공유하고 육아품앗이를 진행하는 공동육아나눔터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용신동 다사랑행복센터와 경동시장 공동육아나눔터에서 각각 1·2호점을 운영 중이다. 이 곳에서는 91개 가정이 놀이, 체험, 학습 등을 주제로 26개 그룹을 조성, 가족 품앗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운영을 중단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구는 2019년 조례 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출산지원금을 인상해 지급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첫째 아이에게는 30만 원, 둘째 아이는 60만 원, 셋째 아이에게는 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출산 시 지원금을 지급한다. 올 들어서는 9월 말까지 관내 총 1214명의 아이가 태어나 총 5억439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동대문구는 보육 정책을 발판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학력 격차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교육경비 보조금을 증액해 드론, 로봇, 3D프린터 등 과학창의인재 육성 뿐만 아니라 해외연수 등 맞춤형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
유 구청장은 “자녀의 학습 성과가 보호자의 경제력과 비례하는 구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출산과 양육을 포기하고 있다”며 “대학 입시만을 염두한 획일적인 교육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동대문구 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총 49곳. 구의 재정자립도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6위로 중하위권에 속하지만 교육경비보조금은 71억원으로 강남구에 이어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높다. 이 같은 예산은 학력신장 프로그램, 맞춤형 진학 컨설팅, 기초학력코디, 드론·로봇 등 과학창의인재 육성, 초등학교 1인1악기 지원, 특성화과 국제화 교육 지원 등에 쓰이고 있다.
그는 끝으로 “아이들의 미래는 곧 동대문구의 미래일 수 있다”며 “어려운 재정 여건이지만 보육과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내년 임기 말까지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과 다양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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