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마지막 왕국 에스와티니의 지연된 민주주의
[경향신문]
아프리카 마지막 왕국 에스와티니(옛명 스와질란드)의 민주화는 이뤄질 수 있을까.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에스와티니 시민들이 절대군주제 폐지를 요구하면서 세달 넘도록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시위가 에스와티니 절대군주제의 전환점이 될 것라는 평가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12일(현지시간) 시민단체 제보를 인용해 에스와티니 정부가 전날 전국의 일부 학교에 군경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현지 학생들은 개학 이후 지난 한달동안 정부에 민주화 시위에 참가했다 구금된 국회의원의 석방과 함께 교육의 질 개선, 무상교육 실시 등을 요구해왔다. 학생들 중 일부는 수업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지 시민단체 스와질란드연대네트워크의 럭키 루켈레 대변인은 “협박을 위해 군경이 배치됐지만 학생들을 단념시키지는 못했다”며 “이날 7살을 포함한 17명의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던 도중 체포됐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스와질란드공산당은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 한명이 다리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에스와티니의 민주화 시위는 에스와티니대학교 법대생이 경찰에 살해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알려진 지난 6월 시작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스와티니 정부가 총리 직접 선출권을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국회의원 2명을 테러 혐의로 구금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부패한 경찰에 항의하고 총리 직접선거, 국회의원 석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시위대 일부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를 저지르기도 했다.
에스와티니 정부는 시위 현장에 무장경찰을 배치했고 시위대 최소 27명이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사망했다. 클레오파스 들라미니 에스와티니 총리는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에 대해 “아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달 말 입장을 밝혔다.
에스와티니는 196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계속 왕이 국가를 직접 통치하는 절대군주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에스와티니 왕이 총리, 장관, 판사를 모두 임명한다.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들은 자주 구금됐다.
육성 산업이 없고, 영토가 좁아 광물자원도 적은 탓에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제 불황도 대규모 시위의 원인이다. 세계은행(WB)은 2016년 인구 58% 이상이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인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실업률은 23%였으며, 특히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는 청년층 실업률은 50% 이상이었다. 한 청년 시위자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의 필요를 충족해줄 정부를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뜻한다”고 현지매체에 말했다.
국민들은 빈곤에 빠졌지만 35년간 통치해온 음스와티 3세 에스와티니 국왕은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는 음스와티 3세 국왕이 국고를 사용해 15명의 아내에게 1300만파운드(약 211억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선물했다고 2019년 보도했다. 2004년 궁전 증축에 1500만달러를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음스와티 3세 국왕과 가족은 광산 개발 기업의 지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에스와티니에서는 그동안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는 예전과 다르며 왕정을 흔들 수 있다고 말한다. 에스와티니 언론인 마르틴 즈벨리 들라미니는 “시민들은 왕과 그의 정부가 빈곤의 원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 위협을 분석하는 시그널리스크도 정부나 왕정이 개혁을 단행할 의지가 없으며, 시위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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