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친구 구내식당 불평할때..나는 식대없이 무급 야근"
별도 수당 지급 안해도 되는
포괄임금제 근로 계약 만연
文정부, 개편하겠다 했지만
임기말까지 손도 대지 못해
결국 해법은 강소기업 육성
갑을관계도 지속적 개선 필요
◆ 직장인 A to Z ◆
"월급이 대기업보다 적은 건 참겠는데, 대기업 친구들이 퇴근 후 운동하고 학원 다닐 때 수당도 못 받고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건 도저히 못 참겠어요."
한 생활가전 분야 중소기업에 12년째 다니고 있는 40대 A과장. 그는 최근 한 주간 총 12시간 정도 야근을 했지만 수당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수당은 연봉에 모두 포함돼 있다'는 근로계약 때문이다.
A과장은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야근을 하면 철저하게 수당을 지급받거나 대체 휴일을 얻는다고 들었다"며 "회사 일이 바쁠 때 야근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수당이라도 제대로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A과장과 같은 근무 형태가 가능한 것은 중소기업에 보편화된 근로계약 형태인 '포괄임금제'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란 쉽게 말해 근로자가 이만큼 더 일할 것으로 예상되니, 미리 수당을 계산해 급여에 포함하는 제도다.
포괄임금제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취임 후 선정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까지도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등 다른 노동계 이슈에 밀려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상당수 소규모 사업장은 포괄임금제를 A과장의 사례처럼 '공짜 노동'에 여전히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중기 직원들은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할 때마다 비싼 저녁값을 스스로 지불해야 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한 소규모 의료기기 업체에 다니는 30대 B사원은 야근 시 퇴근 시간 이후 4시간 이상을 추가로 일해야만 저녁 식비가 지원된다. 중소기업은 이 회사처럼 정해진 시간 이상을 근무해야 식대를 지원하는 규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B사원은 "회사가 나름 작년에 15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곳인데도 야근할 때 식대조차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 화가 난다"며 "대기업에 다니면 보통 사내 식당에서 음식도 아주 잘 나온다고 들었는데 부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직원들이 불만을 느끼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대기업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인한 야근이 잦다는 점이다. 대기업 직원들은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인해 스스로 철저히 워라밸을 지키면서도 중기 직원들에게는 저녁이나 휴일에 무리한 자료 요청 등을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한 하도급업체에 다니는 C직원은 "토요일 저녁에 친구들과 술자리 갖는데 대기업 팀장에게 연락이 와서 그날 밤에 바로 자료를 달라고 한 적도 있다"며 "안 된다고 하니 계약이 파기되면 책임질 거냐고 불같이 화를 내서 결국 술자리 중간에 나와서 일하고 시간에 맞춰 자료를 보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도 중소기업 실무자 입장에선 내년 하도급계약 연장 여부가 걱정돼 이를 무조건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기업이 근무시간을 줄일 때 중소 협력사들도 근무시간을 의무적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완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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