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국무회의도 열렸지만..한복상가 현실은 '폐업 고민'

서혜미 2021. 10. 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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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마네킹이 주인 없는 점포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

12일 낮에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별관 2층 한복상가는 폐업으로 군데군데 비어있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한복의 메카'로 유명한 광장시장 한복 상가 상인들은 하나씩 비어가는 점포들을 바라보며 매일 한숨을 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인들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한복 상가의 추락에 결정타를 가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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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장시장 한복상가, 10년새 점포 200여개→50여개
시류 변화에 코로나19까지 덮쳐.."주말에도 손님 없어"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상가 점포들이 비어있거나 문을 닫았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복을 입은 마네킹이 주인 없는 점포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한복 사진과 비어있는 선반이 마네킹 뒤로 보였다. 12일 낮에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별관 2층 한복상가는 폐업으로 군데군데 비어있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40여년 동안 한복을 판매해왔다는 ㄱ씨(68)는 “맞은편이나 옆 가게는 장사를 접은 지 오래인데, 깜깜한 게 싫어서 그 자리에 우리 가게의 한복을 입힌 마네킹을 진열해두고 불을 켜뒀다”며 “이 구역에는 가게가 모두 7개가 있었는데 전부 다 문을 닫고 나만 남았다”고 말했다. ㄱ씨도 내년 3월에는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점포를 접을 생각이다.

지난달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 누리집에 ‘한복’, ‘한류’ 등의 단어가 새롭게 등재되는 등 최근 한복이 한류열풍과 함께 주목받는다. 국내 아이돌이나 드라마를 통해 한복이 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복문화주간(11일~17일)을 맞아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모두가 한복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한복의 메카’로 유명한 광장시장 한복 상가 상인들은 하나씩 비어가는 점포들을 바라보며 매일 한숨을 쉬고 있다. 한때 번성했던 이곳이 쇠락해가는 배경에는 한복을 잘 입지 않는 시대의 변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혼인 감소, 상인들의 고령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인들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한복 상가의 추락에 결정타를 가했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상가 빈 점포에 한복만 걸려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복상가에서 50년간 한복을 팔고 재단을 해온 ㄴ씨(78)는 “코로나19 이전엔 토요일에 손님들이 좀 왔지만, 코로나19 이후엔 인원수 제한 등으로 결혼식 자체가 줄어들거나 간소하게 하니 손님들이 주말에도 거의 찾아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박아무개(61)씨는 “이전부터도 매출은 완만하게 내려오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그 기울기가) 급격하게 가팔라졌다. 지금은 매출이 바닥을 친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도 못 낼 정도인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나이에 이 일을 그만두면 갈 데가 없어서 계속 있는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점포 숫자가 10년 사이 200여개에서 50개 정도로 줄었다고 말한다.

상인들은 한복이 세계에서 인기를 끌어도, 점차 전통 한복의 명맥이 끊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속바지·버선 등을 판매하는 김아무개(62)씨는 “워낙 사양 산업이라 일을 배우겠다는 젊은이들은 없고, 원래 일을 해오시던 분들도 나이가 들다 보니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도 기술자들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다. 기술이 전수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지만 서글프다”고 말끝을 흐렸다. 바로 옆 가게에는 점포를 임대한다는 내용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상가 점포들이 비어있거나 문을 닫았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상가. 점포들이 비어있거나 문을 닫았고 불이 꺼져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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