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실습업체 선정방식 완화 화 불렀다.."취업보다 안전을"

형민우 2021. 10. 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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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기준 '선도기업'에서 서류평가 '참여기업'으로..현장실습 제도개선 '시급'
교육당국, '관리 감독 느슨' 지적에 전담 노무사 배치 등 안전 점검 강화

(전국종합=연합뉴스) 전남 여수의 특성화고교에 다니던 고(故) 홍정운 군의 꿈은 차가운 바닷물과 함께 사그라졌다.

요트에서 손님을 맞고 항해 보조를 위해 현장실습을 나갔지만, 홍 군은 12kg에 달하는 납 벨트를 차고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다 짧은 생을 마감했다.

홍 군의 죽음 이후 안전보다는 취업에 급급한 현장실습의 민낯이 하나씩 드러났다.

영세한 업체는 안전 요원 1명 없이 어린 학생을 위험한 잠수 작업에 내몰았고, 학교 측은 이 사실을 몰랐다.

2017년 제주에서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사망하면서 현장실습 규정이 강화됐지만, 교육당국은 2019년 슬그머니 제도를 완화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안전 수칙 준수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선도기업' 중심의 현장실습을 진행하다 학교에서 서류만으로 평가해 선정하는 '참여기업'으로 제도를 완화한 것이다.

일선 교육청은 뒤늦게 현장 실습 실태를 조사하고 노동·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더욱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친구야, 잘 가렴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교 3학년 홍정운 군의 친구들이 국화를 사고 현장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홍 군은 지난 6일 오전 요트에서 현장실습을 하던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기 위해 잠수했다 변을 당했다. 2021.10.8 minu21@yna.co.kr

'두 번 다시 비극은 없어야'…교육당국 현장 조사 착수

전남교육청은 교육부와 함께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여수 해양과학고에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전남에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47개 학교에서 245개 업체에 536명이 현장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우선 위험 요인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현장 조사할 것을 각급 학교에 지시했다.

경남도교육청은 19일부터 내달 30일까지 기업체, 학교 등 30곳에 대해 자체 점검을 시행한다.

훈련 시행 전 안전사고 예방 교육 준수 여부, 위험 요인 제거 및 안전 점검 시행 여부를 확인한다.

또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교육부와 함께 직업계고 및 현장실습 선도기업을 공동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도 다음 주까지 217개(선도기업 150개, 참여기업 67개)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

교육 당국은 파견업체를 방문해 업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하고 학생 안전과 노동인권 보호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9월 고등학교 현장실습에 나서는 학생 안전을 강화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김광명 부산시의원은 "학생들이 취업과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자 현장실습을 나가면 근로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차별적인 대우를 받게 된다"며 "조례 통과로 실습 업체 선정과 관리 감독이 의무화되면서 이전보다 현장실습 환경이 개선되고 있으나 지속적인 지도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요트업체 현장실습중 사망 고 홍정운 군 추모 묵념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부산시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과 대구, 광주, 울산, 제주,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시도교육청 교육감 등이 여수 요트업체 현장실습중 사망한 고 홍정운 군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2021.10.12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안전이 중요'…각급 학교에 전담 노무사 배치·안전 점검 강화

이번에 홍 군이 숨진 학교는 전담 노무사 없이 현장실습 업체를 선정했다.

홍 군이 일한 요트 업체는 5인 미만의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이었지만, '참여기업'이라는 자격으로 현장실습을 맡았다.

교육당국은 홍 군의 사례를 바탕으로 각 학교에 전담 노무사를 배치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도내 109개 특성화고등학교에 기존에 학교마다 배치됐던 노무사 1명 이외에 산업안전전문가 1명씩을 추가 배치해 현장실습 안전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산업안전전문가는 각 학교 현장실습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실습 기업 선정에 참여하며, 실습 전 학생과 교사 대상으로 사전 교육도 진행한다.

이밖에 현장실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9월부터 노무사와 학교 관리자, 취업 담당 교사 등 128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습단이 모든 기업체를 방문해 현장실습 계획서대로 실습이 진행되는지 점검하고 있다.

작년에는 물류센터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학생 안전을 위해 현장점검과 협의 과정을 거쳐 물류센터 현장실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충북도교육청은 특성화고의 취업담당 부장이나 교감을 산업안전전담관으로 지정해 고위험 직종의 현장실습 기업체를 방문해 안전점검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또 현장실습을 진행하는 기업체들의 표준협약서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강원도교육청은 2017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조기 취업 형태의 실습을 전면 폐지하고 학습 중심 현장 실습만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노무사가 동행한 현장 실사 뒤 교육부 또는 시도교육청에서 최종 인정을 받아야 하는 '선도기업'에 375명이, 학교 심의만으로 선정 가능한 '참여기업'에 104명이 배치됐다.

대전교육청은 업체와 학교에 안전 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공문을 보냈고 충남교육청은 13∼17일 직업계고교 학교 실습실에서 안전 상태 점검에 들어간다.

세종교육청은 학교별로 전담 노무사를 배정하는 한편, 현장실습지원단을 구성해 담당자 회의를 열어 실습을 지원하기로 했다.

故 홍정운 학생 추모문화제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서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 군의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홍 군은 지난 6일 오전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기 위해 잠수를 하던 중 변을 당했다. 2021.10.11 minu21@yna.co.kr

'예견된 죽음'…제도는 바뀌었지만, 안전은 '뒷전'

지난 2017년 11월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故) 이민호 군의 사고를 겪은 제주에서는 4년 후 재발한 여수에서의 사고를 안타깝게 보고 있다.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이하 제주네트워크)는 고(故) 홍정운 군의 사망 사고를 통탄하며 현장실습 정상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2017년 이민호 학생의 사고를 계기로 교육부는 '파견형 현장실습'을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며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기업현장 교사의 지도하에 운영하며 해당 업체의 안전관리를 사전에 점검한다는 것이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주요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선도기업은 안전관리 점검을 위한 노무사 동행이 필수지만, 참여기업의 경우 학교 선택사항일 뿐"이라며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 역시 참여기업으로 5인 미만 규모의 사업장인데다 안전관리가 허술한 상황에서 예견된 죽음에 내몰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호성 특성화고교노조 전남지부장은 "5인 미만의 사업장은 대체로 안전에 취약한 만큼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선도기업 위주로 현장실습을 구성해야 한다"며 "당장 취업이 급하니 열악한 사업장에 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1년에 2시간밖에 안 되는 노동 교육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우열 정윤덕 조정호 최영수 이강일 형민우 양지웅 김동민 김용태 이영주 최은지 변지철 기자)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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