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매혹하는 '스우파'·'골때녀'·이미주의 못 말리는 투지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세미 파이널에 돌입, 대단원을 앞두고 있다. <스우파>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릿 댄스 크루를 찾는다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댄스 크루 8팀이 출전해 댄스 배틀을 벌이면서 최고가 되기 위해 경합을 벌인다. 지난 12일 세미 파이널에 진출한 크루들은 판정단과 대중 투표에서 더 나은 평가를 차지하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스우파>는 최고 시청률이 2.7%(이하 닐슨 코리아) 정도지만 엄청난 화제성으로 올해 최고의 예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춤에 있어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당연히 귀한 볼거리이고, 경연 준비 과정 동안 개성 강한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도 시청자들을 프로그램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로 인해 노제, 마이키, 허니제이 등 출연 중인 여러 댄서들이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배틀에 임하는 댄서들로부터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 중에는 그들의 투지도 있다. 자신들이 만든 안무와 무대 위 퍼포먼스가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준비 과정과 배틀에 남김없이 쏟아내는 이들의 투지는 화면밖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다.
예능에서 여성들의 투지가 시청자를 매혹시키는 경우는 13일 시즌2에 돌입하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다소 앞섰다. <골때녀>는 여성 연예인, 모델, 타 종목 전직 국가대표, 국가대표 가족, 외국인 방송인 등이 팀을 꾸려 축구 대회를 치르는 포맷으로 최고 10.2%에 6~8%를 오가는 시청률을 기록, 올해 런칭한 예능 중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스우파>의 초절정 고수 퍼포먼스와는 달리 <골때녀> 출연자들의 초보 축구 실력은 그 자체로 대단한 볼거리가 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여성 출연자들이 예능에서 남녀 통틀어도 본 적 없는 투지와 진정성으로 축구에 임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출연자들은 개인 시간을 아껴 연습할 틈을 만들고, 경기에서는 뜨거운 태양 아래 피부를 망가뜨리면서도 여러 출연자가 부상으로 못 뛸 정도로 몸 부딪혀 뒹군다. 승리를 갈구하는 이런 치열함은 방송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운다.
남성 출연자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들이 그간 대부분이었기에 여성 주인공 예능은 시도도 적었고 성공작은 그만큼 더 드물었다. 어쩌다 선보여도 맛집 소개나 신변잡기 관찰로 한정되던 전례와 고정 관념을 뒤엎어버린 혁명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여성들의 투지로 채워진 예능 프로그램 성공 사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와중에 한 여성 연예인 개인의 예능 대활약에도 투지가 느껴져 흥미롭다. tvN <식스센스>와 MBC <놀면 뭐하니?>에서 근래 보기 드문 신들린 활약으로 급부상 중인 걸그룹 러블리즈의 이미주가 그렇다.
이미주는 망가짐을 두려워 않는 자학 개그, 이성에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상황극과 섹드립 입담 등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큰 웃음을 만들어내 현시점 가장 돋보이는 여성 예능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능 활동 초반 텐션이 과해 평이 엇갈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대중이 폭넓게 수용 가능한 선을 찾는 영점 조절을 마치고 절정의 예능감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이미주의 컨셉트는 걸그룹 출신 여성 방송인에게서는 일반적으로 나오기 힘든 경우다. 미모가 중요한 어필 포인트 중 하나인 아이돌이 망가지는 개그를 하려면 예능으로 성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려는 투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런 길을 걸어 톱예능인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이효리와 모델 출신의 홍진경이 있다.
여성 예능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고 돋보이는 여성 예능인도 적은 상황에서 <스우파>, <골때녀> 그리고 이미주의 인기몰이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웃고 편하게 즐기는 패턴이 기본인 예능에서 투지라는 강렬하고 진지한 태도가 환영받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투지 넘치는 여성 예능이 성공하는 이유는 아직도 예능판이 남성 위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도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전원이 남성 멤버인 경우도 많고 여성 멤버가 있더라도 구색맞추기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그 재능만으로는 여성 예능인의 활약이 눈에 띌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잔존하는 전통적 여성상에 대한 반전인 투지는 대중들에게 돋보이고 매력을 부여하고 흥미를 끄는 기제로 작동하는 듯하다. 결국 예능과 투지의 긍정적 상호 작용은 현재 한국 여성 예능의 희한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여성 예능 불모지였던 한국 방송가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진행 중인 과도기 현상으로 봐야 맞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스우파>, <골때녀> 그리고 이미주의 성공은 투지보다 여성들의 편안한 우스개만으로 만들어지는 인기 예능이 남성 위주의 예능만큼 많아지는 시절이 오고 있다는 전언으로 다가온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net, SBS, 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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