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인국공, 불법 가능성 알고도 '스카이72' 단전·단수 조치"

김기정 2021. 10. 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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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 골프장에서 인천공항 쪽을 바라본 모습.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골프장 ‘스카이72’의 불법 영업행위를 막겠다며 지난 4월 단전ㆍ단수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불법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국공의 단전ㆍ단수 조치는 법원이 스카이72 측의 반발을 받아들여 현재 원상 복구된 상태다. 야권에선 “불법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인국공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국공과 스카이72 측은 계약 문제 등으로 1년가량 갈등을 빚고 있다. 인국공 소유의 토지를 빌려 골프장 등의 사업을 해온 스카이72는 지난해 12월부로 계약이 종료된 상태다. 이에 인국공은 스카이72의 퇴거를 요구했지만, 스카이72는 우선협상청구권 및 골프장 시설과 건물 조성 등에 대한 일종의 권리금을 주장하며 부지를 점유한 채 계속 영업 중이다. 이에 인국공 측은 지난 4월, 스카이72에 대한 단전ㆍ단수 조치를 시행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국공 기획조정실은 지난 3월 15일 ‘법무팀장’ 명의의 ‘스카이72 불법 영업 관련 검토 보고’를 통해 스카이72 단전ㆍ단수 조치를 할 경우 발생할 쟁점사항을 검토해 경영진에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임차인에 대한 임대인의 단전ㆍ단수 등의 조치가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3건 담겼다. 이 가운데 2건의 판례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임차인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

특히 세 번째 판례로 인용된 유사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피해자가 임대차계약의 종료 후 갱신계약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나 명도 의무를 지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전 조치를 취한 피고인의 행위는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거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단전 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은 정당행위로서 무죄라는 상고 이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인국공 측이 단전ㆍ단수 조치를 시행하기 전 이미 불법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4월 1일 오전 인천시 영종도 스카이72 바다코스 골프장 앞에서 스카이72 골프장 무단 점유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스카이72는 단전 조치 금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4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판결을 통해 “채무자들의 단전ㆍ단수 등 조치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는데, 이는 인국공이 사전 검토한 대법원 판례와 유사한 내용이다.

박 의원이 입수한 인국공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인국공 노조도 스카이72에 대한 단전ㆍ단수 조치의 불법성을 사전 인지하고 사측에 경고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9일 인국공 노조는 인국공 경영진에 보낸 공문을 통해 “노동조합에서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귀사(인국공)의 임차목적물에 대한 단전ㆍ단수 행위가 불법으로 판단됐다”며 “불법적 단전ㆍ단수를 위해 조합원을 동원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불법 지시한 관리자에 대해 관련 법률에 따라 엄중 대응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박성민 국회의원(울산 중구). 연합뉴스

박 의원은 “인국공 경영진이 불법 가능성을 사전 인지하고도 스카이72에 대한 단전ㆍ단수 조치를 강행해 불필요한 소송 비용이 발생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라며 “스카이72 퇴거 조치 과정에서 또 다른 불법 행위가 없었는지 오는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국공 관계자는 “사업자가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공공자산을 무단으로 점유해 막대한 사익을 향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세금이 투입된 공사 자산이자, 국민 재산에 대한 보호를 위해 취해진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전ㆍ단수 조치는 ‘정당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내ㆍ외부 법률 검토를 바탕으로 이행된 것”이라며 “사업자(스카이72)가 일 매출 수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편취하기 위해 근거 없는 민법상 권리 등 억지주장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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