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빌드업 중심' 정우영의 또 다른 모습..투지 넘치는 수비 돋보였다

사진=장승하 기자

[인터풋볼] 오종헌 기자 =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정우영이 이란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이란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승 2무로 이란(승점10)에 이어 조 2위(승점8)를 유지했다. 

최종 예선 일정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예상되는 이란 원정을 앞두고 벤투 감독은 중원에 정우영, 황인범, 이재성 조합을 내세웠다. 정우영이 꾸준하게 도맡았던 후방 빌드업과 함께 수비에 안정감을 더하고 황인범, 이재성이 좀 더 앞에서 공격 전개 역할을 맡았다.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정우영의 경기력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정우영의 주된 역할을 빌드업이었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 김민재, 김영권과 함께 최후방에 위치하며 볼 배급에 치중했다. 기성용이 태극 마크를 반납한 뒤 그 역할의 1인자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수비적인 기여도가 빛났다. 정우영은 지난 시리아전에서도 수비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란과의 경기를 앞두고도 "지금까지는 수비적으로 팀의 밸런스를 잡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앞으로도 이 부분에 신경 쓸 것이다"며 이 부분을 강조했다.

실제로 정우영은 강한 피지컬을 앞세워 한국의 골문을 공략하는 이란 선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괴물 같은 수비 능력을 보여준 김민재의 존재감이 대단했지만 그보다 앞에서 일차적인 방어선 역할을 해준 정우영이 있었기에 좀 더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했다. 

지금까지 빌드업의 중심 축을 맡았던 만큼 투지 넘치는 '파이터형'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후방 플레이메이커의 색채가 짙었던 정우영이지만 이란을 상대로는 달랐다. 태클을 아끼지 않았고 볼 클리어링을 위해 몸은 던졌다. 적재적소에 이란의 전진 패스를 차단하는 등 3번째 센터백 역할에 충실했다. 

전반에는 정우영과 함께 김민재, 김영권 등 후방에 위치한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버텨준 덕에 한국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물론 후반 초반 손흥민의 선제골 후 이란의 공격적인 전술 변화에 중원에서 밀리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보여준 정우영의 플레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정우영은 지난 9월 A매치를 앞두고 귀국하던 도중 항공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1, 2차전에 불참했다. 하지만 이번 두 경기에서 모두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핵심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동시에 투지 넘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