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vs 소말리아, 천연자원 매장된 10만㎢ 해역 소유권 소송 결과는?

윤기은 기자 2021. 10. 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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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막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된 인도양 10만㎢ 배타적경제수역(EEZ) 영역권을 둘러싼 7년간의 법정 다툼이 마무리됐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아프리카 뿔’에 있는 케냐와 소말리아 간의 EEZ 분쟁에서 소말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미 분쟁 수역에서 어업과 자원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던 케냐가 판결에 불복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ICJ는 12일(현지시간) 원유와 천연가스가 다량 매장돼 있는 인도양 해상 분쟁 수역 10만㎢ 중 대부분이 소말리아 소유라는 판결을 내렸다. ICJ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케냐가 주변 국가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EEZ 영역을 설정한 것이라고 판단했고, 소말리아가 주장한 것과 비슷한 EEZ 경계선을 새로 만들었다. 국제 해양법에 따르면 해안선에서 200해리(약 370km) 범위에 설정되는 EEZ가 두 나라 이상 겹치면 각국이 만나 협의를 통해 영역을 정해야 한다.

소말리아와 케냐 간 분쟁 해역에는 상당량의 석유와 천연가스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풍부한 어업 자원도 있어 양국 어부들의 주요 활동지이기도 하다. 케냐 동부 라무 지역의 어부들이 잡는 어류의 약 70%가 분쟁 수역에서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케냐와 소말리아가 소유권 분쟁을 벌인 구역을 나타낸 지도. 소말리아는 케냐와 자국 국경을 동남 해상으로 이어 그은 선을, 케냐는 국경에서 동쪽 해상으로 이어 그은 선을 기준으로 해상 소유권을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쳐


수역을 둘러싼 분쟁은 케냐와 소말리아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시작됐다. 소말리아는 영토 남단 국경선을 따라 동남쪽으로 직선의 해상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케냐는 양국의 대륙 국경선 끝에서 위도와 평행하게 해상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 주장에 따라 경계선을 그으면 역삼각형 모양의 10만㎢ 수역이 겹친다.

케냐는 1979년 이 해역을 자국 EEZ로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이곳에서 어업 활동과 천연자원 탐사 사업을 해왔다. 소말리아 역시 소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수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했고 양국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두 나라는 2009년 협상을 통해 EEZ 영역을 합의하기로 했지만 2014년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소말리아가 2014년 해상경계 확정과 케냐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ICJ 제기했고 이번 재판이 시작됐다.

A점에서 B점까지 그어진 선은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설정한 케냐와 소말리아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그 아래 선은 소말리아가 주장한 경계선.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공


ICJ 결정에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반발했다. 하지만 ICJ 판결은 항소가 불가능하다. 케냐는 이미 이탈리아 에너지회사 ENI에 허가한 분쟁수역 석유 탐사권을 물러줘야 하는 상황에도 처했다.

이번 ICJ 결정으로 양국 관계는 앞으로 더 냉각될 전망이다. 이미 양국은 해상광구 소유권 문제를 두고 갈등을 지속해왔다. 소말리아는 지난해 12월 케냐와 단교했다가 카타르 중재로 지난 6월 복원했다. 케냐도 지난 5월 소말리아행 직항 노선 운항 중단 조치를 취했다. 양국 외교관계가 더욱 악화되면 동아프리카 안보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냐가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와 싸우기 위해 소말리아에 파견한 군대를 철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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