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파괴는 反인류 범죄" ICC에 피소당한 브라질 대통령

이유정 입력 2021. 10. 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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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보우소나루의 아마존 벌채로
전세계 18만 명 사망, 반인도 중범죄"
12일 헤이그 ICC 본부에 고발장 접수
브라질의 포퓰리스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6). [AFP=연합뉴스]


브라질의 포퓰리스트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아마존 산림을 파괴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AFP통신과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이날 오스트리아 기반의 비영리기구(NGO) ‘올라이즈’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본부에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브라질 행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정식 고발장을 접수했다.

과학자와 국제 법률가들이 작성한 284페이지 분량의 고발장에서 이들은 “우익 민족주의자 대통령이 전개한 ‘집단 산림 파괴’는 브라질과 전세계에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며 “브라질 안팎에서 진행 중인 ‘인도에 반한 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입증하는 상당한 증거가 있어 즉각적인 수사와 기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마존 산림 파괴가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켜 기온 상승을 불러왔고, 전세계적으로 18만 명 이상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하게 만들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2019년 1월 1일 보우소나루 취임 이후 아마존에 대한 산림 벌채는 월간 최대 88%까지 가속화 됐다. 약 550만㎢의 아마존의 면적은 매년 4000㎢ 가량, 서울(605㎢)의 6배가 넘게 소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마존 개척을 위해 수풀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이탈리아 또는 스페인의 연간 총 배출량보다 높다고 올라이즈는 추산했다.

올라이즈의 설립자 요하네스 베제판은 “자연에 대한 범죄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보우소나루의 행동은 전세계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최고 수준의 범죄”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의 아마조나스주 후마니타의 트랜스아마조니카 국도 인근의 아마존 열대 우림이 지난 9월 불에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소송은 산림 손실이 보편적 인류 건강에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전에도 아마존 벌채 과정에서 브라질의 원주민들의 터전을 파괴하고 집단학살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ICC에 고발 당한 적이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관리들은 또 아마존을 보호하는 법안과 개인, 단체를 체계적으로 제거하고 무력화 시켰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관건은 아마존 산림의 파괴와 그로 인한 기후 변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책 간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규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올라이즈 측은 “지난 몇년 동안 기후 과학은 온실가스 배출과 그로 인한 결과 사이의 특정 인과 관계에 대해 근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다”는 입장이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은 국제적인 관심사에 대한 중대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 대해 ICC에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5조 1항에서 중대 범죄를 집단살해죄ㆍ인도에 반한 죄ㆍ전쟁범죄ㆍ침략범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ICC에 제기된 모든 고발에 대해 수사ㆍ기소가 이뤄지진 않기 때문에 실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법정에 서게 될지는 미지수다. 일종의 상징적 소송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향후 전세계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향해 기후 변화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리겠다는 경고 신호가 될 수는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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