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四色] 한국스포츠의 체질

2021. 10.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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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스포츠는 위기라고들 말한다.

얼마 전 끝난 2020 도쿄올림픽 성적이 기대만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하고, 인기스포츠라는 4대 프로스포츠의 관중 수 급감, 경기력 저하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런 각종 악재 중 일부 논란은 선수 개개인의 인성 및 일탈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국 스포츠의 전체적인 저변과 경기력 저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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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스포츠는 위기라고들 말한다.

얼마 전 끝난 2020 도쿄올림픽 성적이 기대만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하고, 인기스포츠라는 4대 프로스포츠의 관중 수 급감, 경기력 저하를 언급하기도 한다. 비인기종목 관계자들은 유망주들이 인기종목으로 빠져나가 선수수급이 어려워 경기력이 저조하다고 하소연한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음주운전, 폭행, 성추행 등 스포츠스타들의 각종 일탈과 사건사고가 팬들을 외면케 한다는 지적도 흘려들을 수 없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국내외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수입이 급감한 프로팀들도 신음하고 있다.

이런 각종 악재 중 일부 논란은 선수 개개인의 인성 및 일탈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국 스포츠의 전체적인 저변과 경기력 저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임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학교운동부 창단 대비 해체 비율이 580%로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팀이 생겨나면 5.8팀이 해체된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또 ‘전국 학교운동부 지도자 및 체육교사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7.7%가 학교운동부 감소추세가 전문 체육의 쇠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고, 96.2%가 유망선수 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운동부 감소 원인에 대해서는 67.7%의 응답자가 ‘학교장의 운동부 운영기피’, 37.3%의 응답자가 ‘인기종목 편중’을 꼽았다.

임 의원은 “학교운동부 창단 인센티브 부여, 체육 중점·거점학교 운영, 최저학력 기준완화 등의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의 자료는 많은 부분 현재 학교스포츠의 현실을 잘 보여주기는 하지만 대책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

학교장의 팀 운영의지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현재 대부분의 학교스포츠는 학부모들의 희생과 재정적 지원 바탕 위에 유지되고 있다. 지도자의 급여를 학부모들의 출연금으로 지급하고, 지방원정을 가면 학부모들이 순번제로 따라가 돌봐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기종목을 선호하는 선수와 부모가 많은데 학교장이 이를 외면하고 비인기종목팀을 만들어도 운영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엘리트체육을 집중관리해 한국스포츠가 이뤄낸 성과는 분명히 존중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제 운동에 올인하고, 그 자식에게 부모가 올인해서 유지되는 학원스포츠에 의지하는 한국스포츠의 미래는 어둡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질을 바꿀 때가 됐다. 생활체육의 활성화와 저변확대로 학원스포츠와 경쟁하고, 여기서 이겨낸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다는 시기가 도래해야 건강한 한국스포츠가 될 수 있다.

올해 치러진 프로야구(KBO) 2022 신인드래프트에서 110명이 프로야구라는 높은 문턱을 통과했다. 드래프트 참가신청을 했던 선수는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생 및 독립리그 출신을 포함해 1006명이었다. 야구만 하고도 직업을 얻지 못한 900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2000명이 드래프트에 참가해 좋은 선수가 프로에 가는 것도 좋지만,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 시스템은 너무 가혹하다. 소수의 선택받은 이에겐 레드카펫이지만, 대다수에겐 돌아올 수 없는 외나무다리가 되었다.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에 자신의 모든 걸 바친 목표를 상실하더라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학원스포츠의 역할이 아닐까.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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