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구함 "나는 들판의 소처럼 자유롭게 운동했다"

이경주 2021. 10. 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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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hat수다][스포츠왓수다] 도쿄올림픽 은메달 뒤 "금메달 의욕" 불끈
무릎 수술 뒤 재활, 매 순간 치열하게 싸워
"억압 아닌 자유로운 환경서 창의적 선수 나와"

“어렸을 때부터 억압된 분위기에서 훈련하지 않았어요. 한번도요.”

2020 도쿄올림픽 유도 100㎏급 은메달리스트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은 최근 한겨레TV ‘스포츠왓수다’에 출연해, “좋은 스승님 밑에서 자유롭게 유도했다. 나는 들판에 풀어놓은 소처럼 컸다”고 말했다. 강한 규율, 합숙소의 엄격한 분위기를 상상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은 조구함의 성장 경로와는 거리가 있다. 자유의 힘이 거구들의 틈바구니에서 1m77의 조구함을 세계 정상권에 올린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조구함의 발언에는 결과나 성과에 집착하면서 선수의 자율성이나 창의성 개발에 소홀했던 한국 스포츠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도 담겨 있다.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에서도 이런 점들이 드러난다. 그는 “감독은 선수가 하고 싶은 것을 더 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자유롭게 해야 창의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도쿄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조구함은 “유도는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외유내강의 성품이 표정에 드러나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격투기 종목을 택하는 순간 선수는 엄청난 하중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눈빛이 마음에 든다”는 학교 유도부 감독의 말에 따라 유도를 시작한 조구함은 인생을 걸고 달려왔다. 수없는 업어치기 훈련으로 십자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했고, 최근 오른 무릎 연골 조각 제거까지 양 무릎에 7차례나 칼을 댔다. 손가락 마디는 탈골과 인대 손상으로 울퉁불퉁하다.

2013년 무제한급에서 100㎏급으로 체급을 낮추면서 20㎏ 이상 감량했던 것도 모험이었다. 조구함은 “키는 안 크고, 몸집을 불리려고 했지만 운동량이 많아 살도 안 쪘다. 어떻게든 빨리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고, 100㎏으로 감량하는 도박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의 애런 울프와 연장 승부 끝에 져 은메달을 따냈다. 조구함은 연장 5분여께 한판으로 무너졌지만, 울프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려 줘 일본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구함은 “악수하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울프가 우는 모습을 보았다. 경기도 끝났고 매트 위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였다. 나도 모르게 그 행동이 나왔다”라고 돌아봤다.

조구함은 유도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2018년 세계챔피언십 우승으로 꼽았다. 이번 도쿄올림픽 은메달은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기억이다. 하지만 조구함은 부정을 긍정의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선수다. 매트에서 내려오면서 송대남 감독과 함께 오열했던 그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 파리 올림픽 도전의 원동력이 은메달에서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파리를 향한 그의 도전은 험난한 여정이다. “지진이 와도 무너지지 않을 몸”이라고 했지만, “훈련하기 위해 먹고, 다음 훈련을 위해 자야 하는” 일을 거쳐야 한다. 때로 구역질이 나올 정도의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쳐야 한다. 당장 내년 아시안게임에 나가기 위해서는 대표팀 선발전부터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유도 조구함 선수.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부족한 기술도 보강해야 한다. 그는 “깨끗하게 기술이 들어가서 이길 때는 눈보다 몸이 더 빠르게 느끼고 반응한 경우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몸에 동작이 밸 정도로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을 관리하면서 후반에 승부를 내는 것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담력이며 여유다.

주변의 도움도 활력소다. 소속팀 KH그룹 필룩스는 그에게 거액의 올림픽 포상금을 안겼다. 그는 “지난해 올림픽이 연기될지 모른다는 얘기에 낙담했을 때 KH그룹 필룩스가 아주 좋은 조건으로 나를 스카우트했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덕분에 고생하시는 부모님한테도 모처럼 효도했다.

올림픽 뒤 크게 달라진 것은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조구함은 “제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함께 울었다는 분들이 많아 놀랐다. 이것이 스포츠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분들께 기쁨과 행복을 드리기 위해 파리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제작진

프로듀서 | 이경주 김도성

취재/진행 | 김창금 김우석

기술 | 박성영

카메라 | 장승호 권영진 배수연

색보정 / 종합편집 | 문석진

연출 | 이경주 leepd@hani.co.kr

제작 | 한겨레TV X 이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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