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손흥민이 발톱을 세웠다
'이타적인' 손흥민(29·토트넘)이 발톱을 세웠다. 적극적인 슛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이란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2승2무(승점8)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조 1위 이란(승점10)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1974년 아시안컵 이후 이어진 아자디 원정 무승(3무 5패)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예선 최대 고비였던 이란 원정을 무난히 치르면서 본선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훈갑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0-0으로 맞선 후반 3분 이재성(마인츠)의 침투패스를 받았다. 수비수를 달고 달린 손흥민은 침착하게 먼쪽 골포스트를 노려 선제골을 터트렸다. 2009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1-1무) 박지성의 득점 이후 12년 만에 아자디에서 나온 골이었다. 손흥민 개인으로선 94번째 A매치에서 기록한 29번째 골.
손흥민은 지난 7일 열린 시리아와 홈 경기(2-1 승)에서도 후반 44분 결승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이 2경기 연속 득점한 건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과 독일전 이후 30개월 만이다.
손흥민의 강점은 슈팅력이다. 왼발과 오른발을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에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과감성도 뛰어나 틈만 보이면 때린다.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해리 케인이란 걸출한 공격수가 있음에도 매년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 오면 손흥민은 소극적인 선수로 바뀌었다. 직접 득점을 노리기보다는 동료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려 했다. 지난 8월 최종예선 첫 경기였던 이라크전이 그랬다. 손흥민은 슛 1개만 기록했다. 이른바 '손흥민 존'으로 꼽히는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잡았을 때도 패스를 선택했다.
포지션 문제도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최근 투톱 대신 원톱을 선호한다. 황의조(보르도)를 최전방에 세우고, 손흥민은 왼쪽 윙으로 기용한다. 시리아전에선 전방 스리톱 뒤쪽에 위치한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 세위기도 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가 쏟아지는 만큼 손흥민이 뒤쪽에 물러나 '미끼' 역할을 했다.
슛을 적게 쏘니 득점도 줄었다. 손흥민은 벤투호가 출범한 이래 23경기에 출전해 6골을 넣었다. 그 전까지 71경기에서 26골을 넣은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2019년 스리랑카와 지역 예선 이후 시리아전까지 2년 동안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
손흥민 스스로 밝힌 이유는 책임감이다. 손흥민은 2018 월드컵 이후 주장을 맡으며 리더가 됐다. 그는 다큐멘터리 '손세이셔널'에서 "소속팀에서는 주위를 보지도 않고 슛 때린다. 그런데 대표팀에서는 동료들에게 주게 된다"라고 했다. '나 혼자'가 아닌 팀 전체가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을 마친 손흥민은 달라질 것을 다짐했다. 손흥민은 기자회견에서 "(슈팅수가 적다는 건)맞는 말이다. 고쳐야 한다. 승리하려면 골이 필요하다. 슛을 좋아하고 자신있다. 좋지 않은 때 시도하면 팀에 피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내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처럼 손흥민은 달라졌다. 시리아전 전반엔 아래쪽에 위치해 전반전 슈팅 1개에 그쳤지만 후반에는 7개를 날렸다. 이라크전에서도 5개의 슈팅을 쐈다. 2개의 골이 터졌고, 승점 4점을 얻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다. 문전 앞에서 '때려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오늘 골은 상황을 너무 좋게 만들어줘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를 거두지 못해 주장으로써 죄송하다. 아직 최종예선은 끝나지 않았고 크게 보면 좋은 흐름이다. 더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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