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對韓 외교 큰 변화 없을 것..민간 교류 회복부터"

도쿄/최은경 특파원 2021. 10.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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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국제정세 세미나에서 전문가들 주장
12일 오후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과 일본 리쓰메이칸대 동아시아평화협력연구센터가 오사카 뉴오타니호텔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오사카총영사관 제공

기시다 후미오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경색된 한·일 관계엔 당분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국가 차원의 관계 개선이 어려운 만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단된 양국 민간 교류 회복을 우선으로 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과 리쓰메이칸대 동아시아협력연구센터는 12일 오사카시 뉴오타니호텔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참가한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기시다 내각이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10월말 중의원 선거가, 한국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있다”며 “본격적인 외교 교섭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기시다 총리가 지난 8일 국회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기시다 내각의 한국 외교 노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 역시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갈등 구조가 굳어졌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감정도 크게 악화됐다고 진단하며 “일본 정부가 한국에 양보하면서까지 관계를 개선시킬 인센티브가 극히 부족하다”고 했다. 내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도 “한일 관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달라진다”며 “일본 정부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은 한국 새 정권의 한·일관계 관련 입장 표명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기시다 내각이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오후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과 일본 리쓰메이칸대 동아시아평화협력연구센터가 오사카 뉴오타니호텔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오사카총영사관 제공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최근 계속 악화되는 배경에 대해서도 저마다의 분석을 내놨다. 오코노기 교수는 “2010년대 들어 한·일 역사 갈등이 ‘기억의 전쟁’, ‘기억의 정치’ 로 불리는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역사적 당사자보다 집단적 기억을 계승하는 비교적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면서, 이들이 역사적 사실을 단순화하고 ‘내 기억이 맞는다’며 크게 대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한·일 관계 악화의 근본적 원인을 양국 관계 양상의 변화에서 찾았다. 1990년대 한국이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일 양국이 비대칭적 상호보완 관계에서 대칭적인 상호경쟁 관계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내에서도 국내 여론 중요성이 커지고, 한국 여론에 일본 여론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 속에서 양국 정부는 갈등 현안을 관리하기보단 ‘상대국엔 질 수 없다’는 여론에 편승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주장이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우선 과제론 ‘민간 교류 회복’이 거론됐다. 기무라 교수는 “한일 양국은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전이 아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만연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징용,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등 양국 갈등 현안에서 정부 간의 타협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활발하던 민간 교류를 회복시키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기미야 교수는 결국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가 피해자 인권 구제에 중점을 둔 사법부 판결, 그간 양국 간의 협정, 국제 관습법을 두루 고려한 적절한 절충안을 제시하고 일본 정부와 피해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조성렬 주오사카 총영사는 “한일 양국이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협력을 통해 공통점을 넓혀 나가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며 “양국은 과거사에 대한 입장 차이를 인정하면서 각종 국제현안에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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