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없는 '잠수' 지시한 현장실습 업체, 학교는 '적합' 판단

정지형 기자 2021. 10. 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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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이 잠수 작업 중에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장실습생을 위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3일 교육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여수 한 요트업체에서 특성화고 3학년 고(故) 홍정운군(18)이 요트 하단 따개비 제거 작업을 위해 잠수 작업 지시를 받았지만 당초 잠수는 '현장실습계획서'에도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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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업무 예시로 '잠수' 적혀 있었지만 '적절' 표기
"현장실습 매뉴얼 안 지킨 듯"..산안법 위반도 거론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이 화면을 보며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이 잠수 작업 중에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장실습생을 위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3일 교육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여수 한 요트업체에서 특성화고 3학년 고(故) 홍정운군(18)이 요트 하단 따개비 제거 작업을 위해 잠수 작업 지시를 받았지만 당초 잠수는 '현장실습계획서'에도 없는 일이었다.

요트업체는 홍군 부모 동의 하에 현장실습계획서를 실습 전에 작성했다. 계획서에는 요트 탑승객에게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 보조와 안전수칙 안내 등이 기재돼 있을 뿐 잠수 작업은 명시되지 않은 업무였다.

학교에서 진행된 현장실습업체 적격 심사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남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학교는 홍군이 실습할 요트업체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현장실습 기업선정 기준 점검표'에서 요트업체가 근로기준법 제65조에 따른 사용금지 기업은 아닌지 묻는 문항에 '적절'이라고 체크했다. 문항에는 금지 업무 예시로 '잠수'라고 기재돼 있었지만 적절로 표기됐다.

'기업 안전과 보건 관리 수준은 적절한가'를 묻는 문항에도 학교는 적합으로 체크했는데, 6일 사고를 당할 당시 홍군은 잠수 자격증이나 경력이 전무했음에도 혼자 작업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한 특성화고 교사는 "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가면 나가기 전에 교사들이 현장 실사를 하고 나간 뒤 노무사랑 같이 근무사항을 파악하려고 간다"며 "현장실습 매뉴얼이 잘 지켜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문제도 거론된다. 지난해 3월 법 개정으로 현장실습생도 산안법 적용을 받게 됐다. 산안법은 작업이 유해하거나 위험해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할 경우 상응하는 자격이 필요함을 규정하고 있다.

잠수장비로 수중에서 하는 작업 같은 경우 잠수기능사보 이상 자격증이 있거나 해당 분야 직업능력 개발훈련 이수자만이 가능하다. 아니면 3개월 이상 작업 경험이 있거나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전날(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홍군을) 실제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산안법 위반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직업계고 지원 및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장실습생 안전에 관한 방안을 같이 내놨다.

특히 현장실습 기업 안전을 챙기는 산업안전전문관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달 들어서야 시범운영이 진행됐다. 홍군 학교에 산업안전전문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 늦장행정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안전을 위해 만들었던 제도가 현장에서 작용했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특성화고 현장실습 전체 점검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여수해양경찰서는 홍군이 현장실습을 나간 요트업체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했다. 업체 대표는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홍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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