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직원 1명 법인, 205억 사업 수주.."전효관 영향력 의심"

손국희 2021. 10.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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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중앙포토]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인 2015년, 직원 수 1명의 신생 법인이 205억원 규모의 서울시 민간위탁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국민의당은 “전효관 전 청와대 문화비서관의 영향력 행사가 의심된다”고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사회혁신기업인 ‘데어’는 2015년 2월 사업비 204억 9400만원 규모의 서울혁신센터 민간위탁기관에 단독 신청해 선정됐다. 위탁 기간 3년 동안 사업·운영비 및 인건비 등 명목으로 서울시로부터 2015년 57억4300만원, 2016년 62억3400만원, 2017년 85억1700만원을 지원받았다. 서울혁신센터는 사회활동가들이 소통하며 지역 문제 해결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서울혁신파크(은평구 소재, 28개 동 규모)의 운영 총괄기관이다. 박 전 시장의 간판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의원실 측은 “데어는 도저히 대규모 사업 위탁 기관으로 선정될 수준의 법인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2015년 NICE 신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데어는 기업평가등급 CCC였고, 부채비율이 800%가 넘었으며, 종업원(직원)은 1명뿐이었다. 당시 데어의 매출액은 1억8500만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억8700만원이었다.

이 의원실은 그럼에도 데어가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전 전 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진보 인사들이 관련됐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데어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이 데어 설립 초기 대표(2013년 11월~2014년 4월)를 맡았고, 전 전 비서관이 2004년 창업하고 일감을 몰아준 의혹이 있는 A사의 2대 대표인 조모 씨가 이사(2013년 11월~2015년 11월)를 맡았다.
의원실에 따르면 2005년 하 전 수석이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일 때 전 전 비서관은 운영위원이었고, 2012년 시민단체 ‘더체인지’에서 전 전 비서관, 하 전 수석, 조씨가 기획위원으로 함께 일했다.

데어는 위탁기관 선정 전인 2014년 7월에는 A사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1억1500만원 규모의 서울시 정책 박람회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전효관 당시 서울혁신센터 사업 책임자”


전효관 전 청와대 문화비서관. 연합뉴스

이 의원실은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당시 ‘적격자심의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전 전 비서관이 위탁 선정 과정에 직접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 전 비서관은 당시 서울혁신센터 사업을 주관하는 혁신기획관이었고, 민간위탁기관 적격자심의위에 ‘관계공무원’ 자격으로 포함됐다.

데어는 위탁 만료 1년 만인 2019년 4월 돌연 사업을 접고 법인을 청산했는데, 이 의원 측은 “통상적으로 수백억원 규모의 사업을 위탁한 기관이라면 사업을 이어가기 마련인데, 갑자기 법인이 사라진 것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데어 출신, 청와대-서울시에서 승승장구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중앙포토

의원실에 따르면 데어 관계자들은 이후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에서 각종 직책을 거쳤다. 하 전 수석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청와대 수석(2017년 5월~2018년 6월)으로 일했고, 조씨는 현재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데어 이사였던 정모 씨는 서울시 혁신센터장(2015년)을, 같은 이사 출신 김모 씨는 혁신센터장(2016년)과 서울시 협치자문관(2017년)을 맡았다.

이태규 의원은 “제기된 의혹은 소위 진보·개혁을 자처하는 세력의 이중성과 부도덕성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공직 사회 부정비리는 진영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비서관은 이날 통화에서 “사업비가 대부분 인건비 등에 쓰이고, 민간 위탁수수료도 주지 않기 때문에 데어 자체에는 금전적 이익을 주지 않는다”며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위탁 심의에는 다른 이가 대리 참석을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 전 수석은 “데어는 초기 설립 과정 몇 개월만 관여했기 때문에 제가 그만둔 뒤 위탁 과정 등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전 전 비서관은 서울시 혁신기획관에 재직할 때 본인이 창업한 A사가 51억원 규모의 서울시 사업 12건을 수주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2006년 A사를 지인(조씨)에게 넘겨준 뒤 회사 운영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5월 7일 비서관 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자체 조사결과) 일감 몰아주기 증거는 없었다”고 했다.

[반론보도] 단독, 직원 1명 법인 205억 사업 수주, “전효관 영향력 의심” 관련

본지는 2021년 10월 13일자 정치면에 〈직원 1명 법인 205억 사업 수주, “전효관 영향력 의심”〉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시 혁신센터 민간 위탁 과정에 대한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효관 전 청와대 비서관은 본지가 인용한 NICE 신용정보와 달리 데어가 당시 서울시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직원은 9명이고 매출액은 2014년 9월 기준 2억7998만1560원이며, 영업 이익은 2956만8038원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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