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천대유는 국힘 게이트" 대선의 계절, 또 보수 때리기

박현주 2021.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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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가 연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대선 국면 때마다 반복하던 '보수 때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야권 후보 비방으로 사실상 대선 개입에 시동을 걸었는데,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내부 문제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장동 의혹’까지 끼어드는 北


북한 선전 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12일 한국 인터넷 매체의 글을 인용한다며 "국힘(국민의힘)이 터뜨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저들의 최대 적수를 거꾸러뜨리고 대선 국면을 저들에게 유리하게도 돌려보려는 술수에서 비롯된 희대의 정치드라마"라는 의견을 실었다.

이어 매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국힘 게이트라 불러야 마땅한 줄 안다"고도 전했다. 대장동 사건을 '국힘 게이트'로 부르는 건 여당의 언어와도 닮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월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이번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처럼 사업과정에서 금품제공 등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사후에도 개발이익을 전액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우리민족끼리TV는 "누리꾼 민심이 전한다. 화천대유는 국힘당 것"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매체는 "국힘당 인사들이 화천대유와 관련된 것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국힘당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또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무소속(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에 대한 온라인 여론을 전한다며 "국힘당 면상에 강스파이크를 꽂아주고 싶다"는 반응도 소개했다.
북한 우리민족끼리TV가 지난 6일 공개한 '누리꾼 민심이 전한다. 화천대유는 국힘당 것' 영상 유튜브 캡쳐.
북한 우리민족끼리TV가 지난 6일 공개한 '누리꾼 민심이 전한다. 화천대유는 국힘당 것' 영상 유튜브 캡쳐.


올 초부터 시작된 야권 주자 비난


북한 매체가 한국 정치권의 분열 양상을 보도하거나 한국 정치인을 헐뜯어 내부 선전ㆍ선동에 활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는 특히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들을 비난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북한의 '대선병'이 도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결국 보수 정부가 들어섰을 때 강경한 대북 정책이 시행될 걸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방은 지난 3월 그가 총장직을 사퇴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북한 선전 매체 메아리는 같은 달 "보수 언론들이 여론을 오도하며 '윤비어천가' 타령에 열을 올리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을 실었다.

이어 통일의 메아리는 지난 5월 "(윤 전 총장은)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반짝했다가 사라질 것. 별이 아닌 별똥별"이라는 내용을 담은 콩트 원고를 보도했고, 지난 8월 메아리도 '1일 1 망언', '쩍벌 사타구니', '여의도 조폭 깡패' 등 표현으로 윤 전 총장을 비난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도 북한은 과거부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까지 나서서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다만 최근 들어선 홍 의원에 대한 언급은 비교적 뜸하고, 화력을 윤 전 총장 쪽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지난 8월 13일 공개한 영상 '두 돌들의 싸움'. 영상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일본 스모선수를 합성한 그림과 함께 윤 전 총장을 비방하는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메아리 영상 유튜브 캡쳐.


2017년엔 당 기관지까지…


북한이 한국 대선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다. 지난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도 초반에는 각종 선전 매체를 동원한 '언론 플레이'로 시작됐는데, 대선 직전에는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을 싣는 관영 매체까지 나서서 총공세를 펼쳤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2017년 4월 노동신문은 한국의 보수 세력을 겨냥해 "괴뢰 보수 패당"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재집권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놓고 보도했다. 당시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도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거론하며 "이런 괴뢰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남조선 인민들이 언제 가도 미국의 지배와 예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당시 통일부는 "대선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목적이 크다"며 "구태의연한 행동은 당연히 중지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文 정부 “보도 흐름 주시…일일이 대응 안해”


문재인 정부는 일단 사태를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최근 북한 선전 매체의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해 "한국의 주요 선거 등 국내 정치 일정을 앞두고 이뤄지는 북한 보도의 흐름, 수위, 형식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며 "북한의 인터넷 선전 매체들의 주장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논평하거나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 매체의 대선 개입성 보도는 남북이 합의한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역대 정부의 일관적인 공식 입장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1장 1조는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명시했고, 2조는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북한의 노골적 언급은 '내로남불'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한국이 북한의 권위주의 체제를 문제삼을 때마다 북한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국을 향해 이중기준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는 터다. 하지만 북한은 탈북 이후 북한 내부 실상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는 국민의힘 태영호ㆍ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쓰레기, 인간이기를 그만둔 추물들"(지난해 2월 메아리)로 모욕하는 등 자신들의 내부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2012년에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자 북한 우리민족끼리는 "대통령병에 환장이 된 친미주구" "시정잡배" 등으로 부르며 비난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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