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영장' 檢 속도내지만, 성남시는?..대선후보 딜레마

하준호 입력 2021. 10. 13. 05:00 수정 2021. 10. 1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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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만인 12일 “검·경이 협력해 신속·철저하게 수사해달라”고 지시하면서 검찰이 미온적이라고 비판받았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 메시지에 답하듯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대장동 사건의 민간부문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에 1100억원대 배임과 55억원 횡령 및 755억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은 사업자 선정 등 대가로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개발이익의 25%인 700억원의 이익배분을 약속하고 지난 1월 5억원을 건넨 혐의라고 한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준 혐의도 포함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일정이 종료되면서 성남시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던 검찰이 김씨 소환 하루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가 속도전으로 전환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12일 새벽 피의자 신문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 대해 1100억원대 배임 및 55억원 횡령,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곽상도 의원(무소속)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뉴스1

다만,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2주가 지나도록 성남시에 대해선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으면서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시선도 함께 늘고 있다. 검찰이 “휴대전화를 바깥으로 던졌다”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주장을 배제하고 방치하는 동안 경찰이 폐쇄회로(CC)TV 분석으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먼저 확보하는 등 검사 17명이 모인 전담 수사팀의 수사력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까지 성남시나 성남시의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 본부장과 김만배씨의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이다. 대장동 개발과 같은 대규모 사업의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성남시가 빠질 수 없는 구조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구속영장 내 혐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 성남시 예산법무과가 2015년 1월 작성한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승인 검토보고’에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정진상 정책비서관 등의 서명이 담겨 있다. 2016년 11월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사업을 분리개발(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로 변경 고시한 이도 성남시장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최근 성남시에서 대장동 개발 계획 초기부터 사업 전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해 온 문화도시사업단 도시균형발전과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한 자료 일부를 공유 받는 데 그쳤을 뿐 자력으로 성남시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사건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는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찰 안에서도 “아직도 성남시를 그대로 두는 건 거기까지 수사할 의지가 없거나, 용기가 없거나 둘 중 하나”(차장검사)란 비판이 나온다.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엔 성남시의회에 대한 수십억원대 로비 의혹도 담겨있지만, 성남시의회 역시 아직 검찰 수사망에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검찰은 그사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 전 본부장을 구속(지난 3일)하고, 김만배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친 이날 뇌물공여, 특경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선 2015년 사업 설계 당시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토록 하는 조항을 일부러 누락시켰단 정황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포착하고 공사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줄소환해 경위를 묻는 등 유의미한 진술 확보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 검찰 간부는 “17대 대선 전 이명박 당시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결론을 내고, 대선 직후에 한 달여의 짧은 특검을 출범시켜 결국 면죄부를 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가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 등에 나타난 정·관계 로비 및 유 전 본부장의 추가 뇌물 의혹을 규명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이날 김만배씨 영장에 정영학 녹취록의 ‘350억 실탄’‘50억 클럽’에서 언급된 곽상도 의원에 대한 50억원 뇌물공여 혐의를 처음 적시한 건 향후 정·관계 로비 수사의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2015년부터 남욱 변호사 등 다른 화천대유 주주들에게 사업자 선정과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 및 재혼 자금 등의 명목으로 총 28억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씨 측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여한 돈과 아직 정산하지 못한 직원 성과급과 퇴직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김씨 몫으로 떨어지는 돈이 800억원에 불과해 녹취록 속 ‘700억 약정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공인회계사 출신 파견 검사와 대검 회계분석 전문요원의 주도로 김씨가 화천대유로부터 장기 대여한 473억원의 용처 파악에도 김씨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계좌추적을 병행하고 있지만, 법조계엔 녹취록·자술서 등 사건관계인 진술 외 물증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이와 관련, 김씨 측 변호인은 이날 “정 회계사가 몰래 녹음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녹취록을 주된 증거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폭로와 진술에 수사가 끌려가다 보면 기소 이후에도 정작 유죄 입증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법조인은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오는 14일) 결과로 그간 난무했던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초동 수사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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