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1주기..'관 주도' 입양법안에 민간기관 "전문성 없다"
생후 16개월만에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1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입양을 민간 기관이 아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입양 절차 전반에 걸쳐 국가가 직접 나서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간 입양아 학대문제가 터질 때마다 땜질 처방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통해 제2의 정인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간 입양 기관은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업무를 주관하게 되면, 결국 입양 문턱만 높아질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입법 추진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 의원 “정부·지자체가 입양 과정 주도를”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입양 전반을 책임지게 하는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ㆍ국제입양법 제정안ㆍ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서 최종적으로 입양 허가를 내리는 건 가정법원이다. 하지만 입양 신청부터 예비 양부모와의 상담→결연→사후관리 등 대부분의 과정은 민간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공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입양기관은 입양이 성사될 경우 수수료(국내 입양은 국가로부터 270만원, 국외입양은 입양 부모로부터 약 2000만원)를 받고 있다”며 “이 외에도 각종 기관 및 입양 부모로부터 후원금을 받다 보니 최대한 많은 아동을 입양 보내는 것이 기관 운영에 유리한 구조가 구축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입양 절차 전반에 관한 사항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 권한으로 명시했다. 우선 친부모가 입양을 결정하기 전 지자체의 아동보호 전담요원과의 상담을 통해 미혼모자 시설이나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연계 지원 프로그램을 먼저 안내받고 입양 결정을 숙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현재 ‘아동복지법 및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겨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김 의원이 보건복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된 6월 30일~8월 29일까지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자체 상담을 받은 104건 중 62.3%(77건)가 원가정 양육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상담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이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아동복지법뿐 아니라 입양특례법 개정안에도 해당 내용을 명시하도록 반영했다”고 밝혔다.
친권 포기할 경우 복지부가 양부모 상담·조사 업무 맡아
김 의원은 “입양은 친생부모가 친권을 포기하거나 상실한 아동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영구적인 가정을 찾아주는 ‘공적 보호조치’의 일환”이라며 “아동 중심의 입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입양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다.
복지부 “체계 바뀌어야 관리 감독 가능”
해외 입양인들의 모국 방문과 한국 체류를 돕고 있는 김도현 뿌리의집 대표도 발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근본적으로 민간 입양 기관의 경우 이익을 창출하려는 사업적 특성을 갖고 있어 전문성이 생기기 어렵다”며 “2014년부터 꾸준히 입양아 사망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이들의 죽음을 예방하기 위해선 입양 절차에서 공공이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입양 기관 “정부, 전문성 떨어져”
다만 민간 입양기관에서는 절충안을 요구해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정부가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70년 동안 민간에서 입양 업무를 담당했다. 정부가 갑자기 역할을 가져가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경직성만 높아져 입양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며 계속 아동을 상품화시킨다고 프레임을 만드는데 아동을 입양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수수료를 훨씬 상회한다”며 “민간단체는 적이고 공공이 선이라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한사회복지회 관계자도 “지자체의 친생부모 상담의 경우 6월 30일부터 진행 중인데 아동보호 전담요원들이 입양에 대해 잘 모르고 업무적으로도 민감하다 보니 실무선에선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다”며 “아이들을 정말 위한다면 보다 세심하게 준비한 후 공공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ㆍ이수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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