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선 백신 맞으려 국경을 넘는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10. 1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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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백신 스푸트니크V 불신
세르비아로 ‘원정 접종’ 유행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한 백신 접종센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최근 코로나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며 자랑했지만 러시아인들이 자국산 백신을 불신해 접종을 꺼린 탓이 크다. 최근에는 화이자를 비롯한 서방 국가 백신을 맞기 위해 세르비아로 ‘원정 접종’을 떠나는 러시아인이 많아지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각) 러시아 전역에서 2만9409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와 957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하루 확진자로는 둘째로 많았다. 사망자는 지난 6일 이후 엿새 연속 900명 이상이 나왔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감염자 숫자가 가을 들어 줄어드는 것과 반대다.

인구 1억4400만명인 러시아는 이날까지 누적으로 780만여명의 확진자가 집계됐으며, 21만7372명이 숨졌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모두 세계 5위다.

러시아에서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러시아인은 전체 인구의 34%에 그친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들은 30.9%다. 러시아 정부는 자체 개발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접종하고 있고 화이자를 비롯한 서방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을 들여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러시아인들이 스푸트니크V의 효능에 대한 불신이 커서 접종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스푸트니크V를 승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백신을 맞더라도 해외 여행에 제한이 크다는 점도 접종을 기피하는 원인이다.

대신 러시아인들은 세르비아에 넘어가 화이자를 비롯해 WHO 승인을 받은 서방 제약사 백신을 맞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접종센터에는 러시아인들이 몰려들고 있고, 호텔·식당에도 러시아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르비아를 많이 찾는 이유는 EU 회원국이 아니라서 러시아인에게 비자를 요구하지 않아 입국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일부 여행사는 9월부터 ‘백신 원정 접종용’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AP통신은 “여행, 출장 등 다양한 목적으로 유럽을 방문해야 하는 러시아인들이 앉아서 기다릴 수만 없다며 WHO가 승인한 백신을 맞기 위해 세르비아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인들의 원정 접종은 WHO가 스푸트니크V를 승인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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