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미국은 주적 아니다" 했지만.. '국방력 강화' 뜻 노골화

김민순 2021. 10. 13. 00: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국방력 강화 방침을 노골화하면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한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국의 군비 증강과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명분으로 전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국이 대북 억제력을 위한 무기 개발과 도입을 하는 것처럼 북한의 무기 실험도 통상적인 군사 훈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병식 대신 첨단무기 공개로 '무력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국방력 강화 방침을 노골화하면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한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국의 군비 증강과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명분으로 전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의 무력시위를 '도발'이 아닌 '자위력 확보' 차원으로 수용하라는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창건 76주년을 계기로 3대 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기념연설을 했다. 김 위원장은 "그 누구도 다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드팀없는(틀림없는) 최중대정책이고 목표이며 의지"라며 "후대를 위해서라도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에서 그 명분을 찾았다.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과 한국의 스텔스 합동타격전투기, 고고도무인정찰기 등 첨단무기, 미사일지침 개정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고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며 "이제는 남조선에서 도발과 위협이라는 단어를 대북전용술어로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으로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철회를 주장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이 대북 억제력을 위한 무기 개발과 도입을 하는 것처럼 북한의 무기 실험도 통상적인 군사 훈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조건부 유화책은 유지됐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무력시위를 '도발'로 규정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들지 않는다면 조선반도(한반도)에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에 토를 달지 말라는 요구로 남북관계의 책임은 남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반복한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무기체계 시험을 통해 한미의 태도를 시험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강압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미국이 우리 국가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라면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기조를 거부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 등 실질적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다만 '미국=주적'이라는 기존 공식을 깨면서 북미협상 여지는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8차 당대회에선 미국을 '최대 주적'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국방전람회 첫 개최한 北... 소형 SLBM 첫 공개

북한의 '수위 조절'은 당 창건일을 기념해 열병식 대신 이례적으로 국방발전전람회를 개최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전람회 개최를 통해 무력시위 효과와 정상국가 이미지를 동시에 획득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직경 1m 미만인 신형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처음 공개됐다. 지대지 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KN-23)을 SLBM형으로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형상 한국군이 지난달 15일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를 개조해 발사한 신형 SLBM과 유사하다. 북한은 소형 SLBM뿐 아니라 지난달 시험발사한 '차세대 게임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화성-8형)부터 중·단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등도 전시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