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특례시..직원 1명인 의회, 100만 시민 살피는데 한계"
“무늬만 특례시입니다. 이름만 바뀌고 권한은 없으니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 1월 13일 수원특례시가 출범하면 첫 특례시의회 의장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조석환(45) 수원시의회 의장은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특례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를 부르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이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1월부터 수원·고양·용인·창원시가 특례시로 불리게 된다.
조 의장은 “인구가 아무리 늘어도 기초의원 수는 지자체별로 정수로 묶여있어서 마음대로 의석수를 늘릴 수 없다”며 “소수의 의원이 100만명이 넘는 인구를 담당하면서 다양한 시민들이 의견이 의정에 반영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4개 특례시의회는 협의체를 만들어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국특례시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조 의장은 특례시의회 출범에 대해 “지자체 규모에 맞게 의회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118만명 인구가 거주하는 수원시는 시의원이 37명(시의원 1인당 시민 3만1891명)인데 비해, 인구 112만명의 울산광역시는 시·군·구 의회 의원을 합치면 73명(의원 1인당 주민 1만5342명)이다.
조 의장은 “특례시라는 명칭을 부여했지만, 행정 기능은 기존의 기초자치단체와 다를 바 없다. 특례시의회도 같은 상황이라 대도시 시민들이 겪는 불합리한 역차별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 의장과의 일문일답.
Q : 특례시 출범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A : “아직 무늬만 특례시다. 인구에 맞는 행정을 하라고 특례시로 지정해 놓고선 권한은 하나도 부여하지 않았다. 의회 기능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권한이 없으니 광역 수준의 인구와 복잡하고 다양한 의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수원시는 물론 용인·고양, 경남 창원시의회가 하나로 뭉쳐 특례시의회 권한 확보를 요구하는 이유다.”
Q : 가장 필요한 권한은 무엇인가.
A :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예산분석’과 ‘입법지원’ 분야다. 전담부서 신설이 필요하다. 특례시는 광역단체 못지않은 다양한 행정수요가 있다. 특례시의회가 될 수원·고양·용인·창원시의회에 배치된 의원 1명당 사무직원은 고작 1명이다. 광역의회가 2~3명의 사무직원을 둔 것과 대비된다. 광역의회는 사무관들이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해줘 체계적인 논의와 심사를 돕는다. 국회에는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가, 경기도의회에는 예산담당관실이 있다. 반면 수원시의회는 예산 관련 부서도 없고 최근 들어 예산분석을 전담할 사무직원을 한 명 늘렸을 뿐이다. 의회의 인사권이 독립된다 하더라도 조직과 인력 편성권은 여전히 시장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Q : 정부나 국회 차원의 논의는 없나.
A : “없다. 그래서 지난 1월부터 4개 특례시의회가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행정안전부를 찾아 성명을 발표하고 릴레이 시위도 벌였다. 현재 수준의 지위라면 특례시가 출범한다고 해도 의회는 기존 중·소도시 의회와 다른 점이 없다. 특례시의회만의 조직모형과 권한을 발굴하고 실질적인 의회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시에는 청와대 등에서 4개 시 시민과 시의원 전체가 참여하는 궐기대회를 열어 450만 특례시민의 염원과 의지를 보여 주려고 한다.”
Q :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A : “특례시의회가 바라는 건 특혜가 아니다. 당당한 권리다. 자동차가 국도를 달리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했는데 규정 속도가 국도와 같다고 생각해 보라. 고속도로에 걸맞은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달라는 거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특례시 시민들의 불합리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특례시의회 지위와 권한 부여를 재차 건의할 예정이다. 또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얻기 위해 특례시의회 의장협의회 회의에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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