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에 원화값 한때 1200원..'7만 전자' 무너졌다

염지현 입력 2021. 10. 13. 00:02 수정 2021. 10. 1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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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달러’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기름값 치솟고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값은 1년2개월 만에 장중 12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4.2원(0.35%) 하락(환율 상승)한 달러당 1198.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원화 값은 달러 강세로 1200.4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28일(장중 1201.0원)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몸값이 떨어지는 건 원화뿐이 아니다. 달러 값은 비싸지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4.25로 연초(89.94)보다 4.8% 올랐다.

달러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건 장기화하는 인플레이션 공포다. 불쏘시개는 전 세계 공급망 충격에 이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 오른 배럴당 80. 52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WTI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이다.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배럴당 84.60달러까지 뛰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달러 오름세가 이어지며 당분간 원화 값이 달러당 1200원 선을 넘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은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의 본능을 깨울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등 긴축 시간표를 당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 금리와 달러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1일 1.61%대까지 올랐다.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Fed의 통화 긴축 우려로 달러 강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원화 값은 달러당 125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퍼 달러(달러화 강세 현상)’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삼성전자 주가도 곤두박질

물가 상승과 경기 위축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꺾고 있다. 지난 10일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7%에서 5.6%로, 내년 전망치도 4.4%에서 4%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부양책 규모가 줄고,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0.72%)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0.69%), 나스닥(-0.64%) 모두 동반 하락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도 원화 값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외국인이 최근 6거래일간 2조원이 넘는 주식을 던지며 코스피도 맥을 못 추고 있다. 12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1.35% 하락한 2916.3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개인투자자 홀로 1조3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8508억원)과 기관(1999억원)의 쌍끌이 매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인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보다 3.5% 하락한 6만9000원을 기록하며 ‘6만 전자(6만원+삼성전자)’가 됐다.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말(12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7633억원)과 기관(980억원)이 쏟아낸 물량은 개인(8430억원)이 모두 받아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매각 쇼크로 삼성그룹주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10개월 만에 ‘6만 전자’가 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2.87%)과 삼성생명(-3.36%), 삼성SDS(-6.54%) 등 계열사 주가는 급락했다.

염지현·이태윤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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