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살해' 김태현 1심 무기징역..법원 "사형 처할 정당한 사정 있다 단정 어려워"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 생명 자체를 박탈할 수 있는 정당하고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고인 김태현(사진)에 대한 12일 선고 공판에서 언급된 양형 사유다. 사형 선고 여론이 높았지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난 3월 23일 김씨가 서월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 3명을 살해한 지 7개월여 만이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큰딸 A씨를 스토킹하다가 집으로 찾아간 뒤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지난 4월 27일에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쟁점은 김씨의 범죄가 계획적이었는지 여부였다. 김씨는 범행 전 전 직장에 휴가를 낸 뒤 흉기를 마련하고, 퀵서비스 기사처럼 보이려고 박스까지 준비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재판 내내 A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에 대한 살인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범죄가 계획적이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거지를 범행 장소로 택한 뒤 저녁 10시쯤 귀가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미리 5시35분쯤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다”며 “가족 중 누군가를 반드시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준비한 칼로 검색해 둔 부위이자 급소를 힘껏 찔렀다”면서 “동생을 살해한 후 장소를 떠나지 않고 귀가한 어머니까지 살해한 것은 결코 우발적 살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사형의 형벌로서의 특수성,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는 점, 벌금형 이상의 범죄전력이 없는 점, 범행 후 도주하지 않은 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반성문을 제출하고 법정에서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한 점을 토대로 사형에 처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를 향해선 “사회에서 격리돼 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했다.
유족들은 선고 직후 “이게 말이 되느냐. 사형을 선고하라” “사람을 더 죽이면 사형인가, 내가 죽겠다”고 반발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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