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피아니스트 꿈꾸던 청년..500조 자산 PEF 수장 되다

김성훈 2021. 10. 1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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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배, KKR 신임 공동 CEO에 선임
아시아 시장 남다른 투자 감각 '두각'
글로벌 자본시장 내 한국계 인사 주목
"국내 등 아시아 시장 관심 높아질 것"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4290억달러(514조원).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올해 상반기 결산 어닝콜(상장사가 분기별 실적을 발표하는 행사)에서 발표한 자산 규모다. 지난해 말 책정한 대한민국 예산(558조원)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사모 시장(Private equity) 규모만 따져도 전년 동기 대비 87% 급증한 2340억달러(280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역대급 어닝 시즌에 안정을 추구할 법한 상황에서 KKR은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1976년 KKR을 설립한 뒤 45년간 회사를 이끌던 헨리 크래비스·조지 로버츠 공동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후임 최고경영자(CEO)로는 공동 사장과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실무를 주도했던 한국계 미국인 조셉 배(Joseph Y. Bae·한국명 배용범)와 스콧 너탤(Scott Nuttall)이 내정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새 CEO에 오른 조셉 배다. 학창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청년이 500조원 넘는 자금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조셉 배 (사진=TAAF)
지난해 미국계 PEF 운용사인 칼라일 그룹 단독 대표에 오른 이규성씨에 이어 조셉 배까지 KKR 수장에 오르며 한국계 인사들에 천문학적인 자금 운용을 맡기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한국계 인사의 득세는 국내 자본시장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PEF들이 아시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조셉 배, 500조 굴리는 KKR 공동 CEO 취임

11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WSJ) 등 주요 외신은 KKR의 세대 교체 소식을 일제히 다뤘다. 크라비스와 로버츠는 공동으로 낸 성명서에서 “지난 45년간 기업들을 지원하고 고객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우리가 쌓아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KKR은 45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비스와 로버츠는 조셉 배와 스콧 너탤에 차기 CEO 자리를 맡긴 뒤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셉 배와 스콧 너탤에 대해 “회사를 새로운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계 미국인이자 ‘40억 달러의 사나이’로 불리는 조셉 배(48)다. 1972년생인 그는 두 살때 미국으로 건너온 교포 1.5세대다. 하버드대를 우등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직접투자부문(PI)에서 일하다 1996년 KKR에 합류했다.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던 그는 한국계 가정에서 성공적인 진로로 꼽는 법조인이나 의사의 길 대신 뉴욕 ‘월 스트리트’(Wall Street)에 뛰어들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위축된 상황에서 아시아 투자 사업부를 맡으며 KKR의 새 포트폴리오(투자처) 마련에 앞장섰다. 그의 투자 감각이 빛을 발한 것은 2006년 국내 2위 맥주 업체였던 오비맥주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였다. 당시 벨기에 AB인베브로부터 18억 달러에 인수한 뒤 5년 만에 58억 달러에 되팔며 40억 달러의 차익을 남기면서 이름을 알렸다. ‘40억 달러의 사나이’란 별명도 이때 생겼다.

KKR CEO로 발돋움한 조셉 배의 연봉도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경제 데이터 업체인 ERI(Economic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조셉 배 신임 CEO의 지난해 연봉은 3580만달러(429억원)다. 미국 언론 포브스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조셉 배의 순자산은 11억달러(1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KKR의 DNA는 실제로 크래비스와 로버츠가 지난 45년 동안 심어준 가치”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 가치를 유지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글로벌 PEF, 아시아 시장 공략 본격화

조셉 배의 KKR CEO 선임은 미국 PEF 시장에서 한국계 인사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한국계 미국인 이규성 씨가 지난해 세계 3대 PEF 운용사인 칼라일 그룹 단독 대표에 오른 데 이어 세계 최대 규모(820조원)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마이클 채(Michael Chae)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손꼽히는 한국계 인물이다

국내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발판 삼아 향후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KKR은 올해 1월 39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태평양 인프라 펀드와 17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부동산 펀드 구성을 마치고 아시아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국내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 ESG·ESG청원 등을 관리하는 에코그린홀딩스를 8750억원에 인수하고 같은 해 10월 국내 수처리 전문업체인 TSK코퍼레이션 지분 37.39%를 4408억원에 인수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포트폴리오 확보에도 시동을 걸었다.

올해 2월에도 현대중공업지주(267250)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분 38%(152만주)를 6460억원에 인수하는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참여했고 이달 SK E&S가 추진 중인 2조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국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영향력을 키워가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 투자에 대한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PEF 입장에서 기존에 맺고 있는 네트워크에 더해 향후 투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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