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양당 기득권 해체 위해 단일화 없이 대선 완주"
심상정(62) 의원이 12일 정의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심 의원은 지난 7일부터 엿새간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전체 1만1943표 중 6044표(51.12%)를 얻어 이정미(48.88%) 전 대표를 꺾고 당선됐다. 내년 대선에서 1~2%포인트 차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심 후보는 “대선 변동성과 상관 없이 일관된 비전과 정책을 갖고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며 “여당과의 단일화 없이 대선을 완주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34년 번갈아 집권한 양당으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극단적 불평등과 차별, 혐오 같은 사회적 위기에 놓여 있다”며 “성별·지역·세대 간 차별을 없애고 민주주의가 강한 인권·노동·젠더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거대 양당의 승자 독식 정치를 종식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산업화·민주화 정당에 수고비 줄 만큼 줬다. 비주류가 주류를 바꾸는 과정이 바로 정치 교체”라고 했다.
심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선 “투기를 잡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민주당, 투기 원조 국민의힘에 다시 권력을 맞기겠냐”며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야말로 심상정과 정의당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또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과연 누가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 적임자인지 무제한 양자 토론을 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앞서 그는 “이 지사가 막대한 민간 특혜에 대한 도의적·정치적 책임이 있다”며 “특임 검사에 준하는 특별조사팀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4선 의원(경기 고양 덕양갑)이다.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재학 중이던 1980년 구로공단의 한 업체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가 창립되면서 쟁의국장·조직국장을 역임했고 전국금속노동조합 설립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침묵해 질타를 받았고 이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기대가 컸던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이 지역구 1석 등 단 6석을 얻는 데 그치자 당대표를 조기 사퇴했다.
심 후보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18대 대선에서 진보정의당 후보로 선출됐지만,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했다. 19대 대선에선 정의당 후보로 완주해 득표율 6.17%를 기록,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 정당 후보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그는 이날 민주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후보가 공식 후보가 됐지만 당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단일화에) 관심없다. 그런 변동성과 상관없이 길을 가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주 4일제(32시간 근무) 도입을 포함하는 신(新)노동법 제정, 1998년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 재도입,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코로나 손실에 대한 100% 보상, 20세에 30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 등을 내세웠다. 정의당은 지난 6일 경선을 한 차례 진행했지만 네 후보 중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7~12일 심 후보와 이 전 대표 간 결선투표를 치렀다. 이 전 대표는 “오늘 낙선했지만 진보 정치의 새로운 지문을 새기겠다는 의지는 가져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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