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그분 것이라 말한 적 없다"→ "갈등 막으려 말했다"→"아니다"
대장동 녹취록 관련 계속 말 바꾼 김만배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의 ‘성남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현재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가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대장동 사업 개발 이익 25%’(700억원 상당)를 받기로 했다는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를 약속했다는 김만배씨에 대한 소환 조사에서도 그 부분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유동규·김만배 간의 거래로 이번 사건의 밑그림을 그린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대장동 녹취록’에 등장한다는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란 김만배씨 발언을 놓고 김씨 자신의 해명이 달라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김씨가 약속한 700억원이 유동규씨를 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김씨는 11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14시간 조사를 마치고 12일 새벽에 귀가하면서 “(당신이) 녹취록에서 언급한 ‘그분’은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천화동인 1호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화천대유 소속이고, 화천대유는 제 개인 법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분’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느냐”는 이어진 질문에는 “더 이상의 구(舊)사업자 간 갈등이 번지지 않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동안 김씨 변호인 측은 “김만배씨는 그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사실과도 다르다”며 ‘그분’ 발언 자체를 부인해 왔다. 김씨의 달라진 해명에 대해 한 법조인은 “화천대유,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소유와 관련해 유동규씨 뒤에 또 다른 배경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1965년생인 김씨가 네 살 아래인 유씨를 ‘그분’이라고 지칭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파장이 커지자 김씨 측 변호인은 12일 오후 “김씨가 장시간 조사 후 피곤한 상태에서 질문을 착각해 말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김씨 측은 전날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제출한 녹취록은 과장됐다”며 “정 회계사가 유도 질문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맞장구를 쳐주는 과정에서 허언을 한 것이고 정 회계사가 이런 식으로 활용할 줄 몰랐다”고 했다. 이를 두고도 한 법조인은 “사업비 부담을 놓고 갈등을 빚던 상대가 원하는 말을 그대로 해줬다는 해명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김씨가 ‘그분 발언’을 번복, 재번복하면서 일각에서는 “’700억원 약정’과 관련해 유동규씨 배후가 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장동 사업 초기 추진 과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은 “대장동 사업 추진에 있어 유동규씨와 이재명 지사는 특수 관계였다”며 “검찰이 이 지사의 관련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놓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사업 한 관계자는 “유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사 사장이 공석인 때가 있었는데 성남시장인 이 지사를 항상 ‘우리 사장님’이라고 불렀다”면서 “유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되기 전부터 이 지사의 숙원 사업이었던 대장동 사업 추진에 깊이 관여했다”고 했다. 그는 “2010년 이 지사가 대장동 민간 개발 공약을 철회하자 유씨는 반발하는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해 대장동에서 ‘현장 전무’처럼 움직였다”고 했다.
본지 취재에 응한 대장동 주민들도 “2009년 10월 성남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안한 대장동 공영 개발 방식을 수용하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가 찾아와 ‘당선이 되면 대장동을 민간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구원 투수’로 나타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2012년 6월 이재명 당시 시장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민간 자본을 유치해 대장동을 개발하겠다”며 민관 합동 개발을 추진했다.
남경필 지사 시절 경기도 부지사를 지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여러 경기도청 관계자 제보에 따르면 유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임명장을 받을 때 이 지사가 수여식 절차와 직원들을 물리고 ‘동규야, 이리 와라’ 하면서 바로 티타임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법조인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유 전 본부장이 단독으로 이익 배분 구조를 설계하고 홀로 700억원을 챙기려 했던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큼 검찰은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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