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걱정하는 승려들.. 안정적 수행환경 조성 갈길 멀다

권구성 2021. 10. 1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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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복지법 제정 10주년 성과·과제는
수행·포교 전념 승가상 확립 위해 제정
연금·보건의료·주거 공간 등 제공 나서
2014년부터 범위 확대..모든 승려 혜택
입원진료·요양비 지급 2020년 13억 돌파
해인사 등 개별 사찰도 복지 확대나서
승려 사회 '빈익빈 부익부' 갈수록 심화
보직·대외 활동 없인 빈곤에 시달려
안정적 재정운용이 복지법 정착 관건
고령사회 대비 체계적 시스템 마련 필요
승려들의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제정된 승려복지법이 제정 10주년을 맞았다. 경남 합천 해인사는 지난 7월부터 교구 재적승에게 월 15만원의 기초수행비를 지급하고 있다. 사진은 해인사 스님들이 팔만대장경을 살펴보는 모습. 합천=연합뉴스
한국 불교계의 현안 중 하나는 빈부격차다. ‘무소유’를 석가의 기본 가르침으로 삼는 불교지만, 승려들의 ‘빈익빈 부익부’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예전처럼 ‘일의일발(一依一鉢: 옷 한 벌 밥그릇 하나뿐인 가난한 삶)’을 실천하는 승려도, 탁발을 하는 승려에게 미덕을 베푸는 사회 풍토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탓이다. 결국 소임(보직)을 맡거나 대외활동을 하는 승려는 부를 쌓아가지만, 그렇지 않은 승려들은 빈곤에 시달리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 한 스님은 2014년 공개석상에서 “상당수 스님들이 그날그날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불교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빈익빈 부익부가 출가의 본분을 잊게 하고, 더 나아가 ‘승가공동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승려들은 노후를 걱정하기 시작했고, 대중은 불교의 세속화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승려들에게 일의일발을 실천하라고 독려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올해로 제정 10주년을 맞은 ‘승려복지법’에는 불교계의 이런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

◆10주년 맞은 승려복지법

12일 조계종에 따르면 승려복지법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승가상을 확립하기 위해 2011년 3월 제정됐다. 스님들에게 수행연금과 보건의료, 주거공간 등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2011년 10월 본격 시행되면서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승려복지법의 첫 수혜자는 2011년 12월 경기 화성 묘희원의 대원스님이다. 당시 조계종 승려복지회는 대원스님 앞으로 요양급여 자부담금의 50%를 지급했다.

승려복지법은 2014년 개정을 거쳐 대상과 범위가 확대됐다. 종전에는 만 65세 이상의 승려가 대상이었지만, 이후에는 구족계를 수지한 승려로 대상이 넓어졌다. 사실상 승려 신분이라면 누구나 종단의 복지제도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종단이 승려들의 국민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를 지원해 기초적인 생활을 지원한다. 더불어 승려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안전망을 확대하고 있다. 승려복지법이 제정된 첫해에 지급된 입원진료비와 요양비는 50만원을 채 넘지 않았지만, 점차 대상이 확대되면서 지난해에는 3억4900여만원이 지급됐다. 지난해까지 지급 총액은 13억7000만원이다. 2018년부터 지원되기 시작한 건강검진과 예방접종비는 지난해까지 9000여만원,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 국민연금보험료는 24억4000여만원을 지급했다. 내년에는 동국대 일산병원 인근에 승려들을 위한 요양병원이 착공돼 보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승려복지법이 정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의 안정적 운용이다. 조계종은 2019년 개정안을 통해 모든 승려의 본인부담금을 의무화했다. 구족계를 수지하고 5년이 지나지 않은 스님은 월 5000원, 6년 이상 지난 스님은 월 1만원의 승려복지기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밖에도 종단 사업의 수익금 일부를 배정하는 등 기금 운용 관련법을 지속적으로 손보며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해인사 ‘선별적 기본소득제’ 도입

개별 사찰 차원에서의 복지도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눈에 띄는 곳은 경남 합천 해인사다. 해인사는 지난 7월부터 교구 재적승에게 월 15만원의 기초수행비를 지급하고 있다. 일종의 ‘선별적 기본소득제’다. 기초수행비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은 출가한 지 10년이 지난 재적승 중 소득이 월 50만원이 넘지 않는 경우다. 해인사 집계에서 조건에 부합하는 재적승은 500여명으로 추산됐다. 지난 7월 1차 지급에서는 재적승 194명이 지급 대상자로 확정됐다. 해인사는 재적승들에게 승려 주거복지 시설도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주거가 마땅하지 않은 승려들을 대상으로 종단이 주거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원을 고려했을 때 해인사의 1400여명에 달하는 재적승 모두에게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인사가 선별적으로 기초수행비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인사는 한정된 재원 내에서 운용 방안을 정하고, 동시에 자발적 보시 운동도 벌이고 있다. 큰 틀에서 필요한 비용은 해인사가 마련하겠지만, 보다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종단 차원에서도 고령사회에 대비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승려복지법의 목적이 승가공동체의 근간 회복이라는 점에 있다. 조계종 승려복지회는 제도 시행 1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관련 내용을 담은 백서와 정책토론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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