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깊은 수삼

안광호 기자 2021. 10. 1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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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수요 줄고 공급 늘며 ‘재고’
홍삼·건강기능식에 밀리고
중국 보따리 상인 왕래 끊겨
정부 수매량 1600톤 늘리고
경작신고의무제 내년 도입

정부가 인삼 가격 안정을 위해 올해 예정된 수매물량을 대폭 늘리고, 수급 조절을 위한 경작신고의무제를 내년에 도입한다. 인삼 생산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수요가 줄며 인삼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우선 수매량을 늘려 급한 불을 끄고 중장기적으로 공급 면적을 줄여 생산량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고 물량이 쌓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수매 물량 확대만으로 근본적인 가격 안정을 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인삼 수확기 수급 안정대책’을 보면, 농협과 KGC(인삼공사)는 기존 계약재배 수매량(5819t)에 1600t을 추가해 총 7419t을 수매한다. 이는 올해 인삼 예상 생산량 1만9336t의 38% 규모로, 수매 비중은 지난해(30%)보다 8%포인트 높다.

대규모 판매촉진 행사도 연다. 다음달까지 인삼 주산지인 충남 금산군과 경북 영주시의 전통시장 등에서 인삼 60억원어치를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하고, 오는 14∼20일에는 수도권 하나로마트에서 햇수삼 판매행사를 진행한다. 공영홈쇼핑에서도 오는 12월까지 월 1회씩 수삼을 판매한다.

내년부터는 경작신고의무제를 도입한다. 현재 인삼 재배의 경우 임의제로 시행 중인데, 정확한 재배량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내년부터 한국인삼협회 주도하에 생산자들이 자율적으로 수급조절체계를 갖추도록 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인삼 가격 하락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재배농가 등 인삼업계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나왔다. 밭에서 바로 캔 수삼 가격은 수삼을 가공한 홍삼과 홍삼제품류, 각종 건강기능식품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내 인삼 물량의 70%가량이 유통되는 충남 금산수삼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수삼 10뿌리(750g 기준) 소매가격은 2만9000원으로 평년 대비 27% 낮다. 업계 관계자는 “수삼의 생산량은 늘고 있지만 홍삼제품 위주로 소비가 늘고 다양한 건강기능식품들이 시장에서 각광받으면서 수삼을 찾는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며 “특히 수삼 등 인삼 수요가 큰 중국, 베트남 등의 보따리 상인들이 코로나 확산 이후 왕래가 끊긴 것도 소비가 줄어든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삼 등 생산량은 2016년 2만386t에서 지난해 2만4000t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여름 홍수로 인삼 밭이 물에 잠기는 일이 잦아지면서 5~6년근보다 어린 수삼들까지 다수 채굴된 것도 공급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인삼협회 관계자는 “수매량 확대와 대규모 판촉 행사 등은 시장에 가격안정 기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다만 근본적인 해법은 경작신고의무제의 원만한 정착 등 구조적인 과잉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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